지난 7년간 수십 명의 연구자가 네덜란드 연구재단(NWO)의 대형 프로젝트 '논쟁적 민주주의(Contested Democracy)'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의 흥망성쇠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 연구는 어떤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주었을까요? Kennislink는 프로젝트 발기인 레미그 아르츠(Remieg Aerts)와 함께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나눴습니다.
위기 속에서 흔들리는 민주주의
경제 침체에 시달리는 그리스에서 신나치 정당 '황금 새벽(Golden Dawn)'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례는,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최근에는 포르투갈까지 차례로 정치적 위기를 거듭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 나라들의 민주주의는 위기가 낳은 불확실성과 불안을 모두 감당해 낼 수 있을까요?
네덜란드의 민주주의 제도가 아무리 견고해 보여도, 이곳의 민주주의 역시 결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은 늘 논쟁거리였습니다. 예컨대 주의회와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예산을 좌우하는 듯한 '브뤼셀'의 결정권,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요?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정말 '민주적'일까요? 민주주의의 운영 방식은 항상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디어는 우리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요?
민주주의는 언뜻 보면 자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온갖 질문이 솟아납니다. 이러한 물음들을 탐구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수십 명의 역사학자, 철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미디어 학자들이 대형 NWO 프로젝트 '논쟁적 민주주의'에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접근: 고정된 정의 없이
프로젝트 발기인이자 네이메헌 라드바우드 대학교 정치사 교수인 레미그 아르츠가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2003년경 젊은 세대 교수들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연구를 시작하고 싶어 했습니다.”라고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 전까지 민주주의는 규범적으로 다뤄지곤 했습니다. 즉, '민주주의는 이런 고정된 특징을 지니며 이렇게 작동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벗어난 현상은 곧바로 연구 대상이 되곤 했죠. 그들은 다른 접근을 원했습니다. 모든 국가와 모든 시대는 저마다 고유한 민주주의의 정의를 갖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민주주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고정된 정의를 내려놓고, 역사적·지리적으로 민주주의의 모든 면모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르츠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발견'을 꼽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이처럼 방대한 학제 간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결론들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와 이른바 '미디어크라시(언론 지배)'에 관한 하위 연구입니다.
커진 신뢰
“통념과 달리, 연구 결과 오늘날 점점 상업화되는 미디어가 정치에 대한 새로운 유형의 관심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라고 아르츠는 말합니다. TV와 인터넷에 채널과 의견이 넘쳐나면서 유권자는 정보를 얻고 안내받으며, 선택할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상업적이고 인물 중심적인 보도의 확산은 오히려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하위 연구에서는 우리 민주주의 형식이 몇 가지 특별한 역설을 지닌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아르츠는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교의 정치철학자 히스 판 우넨(Gijs van Oenen)의 연구를 언급합니다. “시민들이 민주주의 체제가 부여하는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드러납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정치를 시민에게 더 가깝게 가져오려는 시도는 종종 엉뚱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예컨대 시민들은 정치에 대해 더 많은 설명책임, 안전, 참여를 요구합니다. 이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의사결정은 점점 느려지고 관료제는 더욱 비대해집니다. 누가 정책에 책임을 지는가라는 문제 역시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시민들의 불만으로 돌아옵니다.”
결코 '완성'되지 않는
네덜란드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자체는 거의 논의되지 않습니다. 진지한 정치인 중에 하원 폐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민주주의의 형식은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2007년 첫 민주주의 주간의 슬로건은 '국민이 주인이다'였습니다.” 아르츠는 말합니다. “그 슬로건은 사실 전혀 맞지 않습니다. '국민'이 누구를 뜻하는지, 그리고 '국민'이 도대체 무엇을 장악하고 있는 건지 애매하니까요. 그 슬로건은 깊은 사유의 산물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것입니다. 민주 사회에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그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결코 '완성'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지도화했습니다.”
2006년 NWO의 인문학 부문과 사회·행동과학 부문이 '논쟁적 민주주의' 프로그램을 출범시켰습니다. 모든 하위 연구의 개요는 해당 기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는 총 620만 유로의 연구 예산이 배정되었습니다.
최근 붐 출판사(Boom Publishers)는 레미그 아르츠와 페터 데 후더(Peter de Goede)가 편찬한 저서 『논쟁적 민주주의: 성공신화의 문제들』을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