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좌파의 영향이 아닌, 유연한 노동시장이 낳은 로테르담항의 파업
20세기 로테르담항에서 수차례 벌어진 무단 파업(야생 파업)의 배경에는 급진 좌파 정치 세력의 이념적 영향이 아니라, 당시 항만의 극도로 유연했던 노동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에버트 스밋(Evert Smit)의 박사 학위 논문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론으로, 그는 5월 30일 목요일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논문 심사를 받는다.
스밋은 1889년부터 로테르담항에서 반복된 수많은 파업 양상이 네덜란드 노사관계의 주류 모델로 불리는 '폴더 모델(polder model)'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실제로 파업은 20세기 내내 로테르담항에 존재했으며,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스밋은 "선적 작업자들은 본래 정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좌파 성향의 급진 노조나 정치 단체의 도움 자체를 거절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파업 패턴은 그들의 영향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20세기 초 항만의 극도로 유연한 노동시장, 즉 '자유 노동(loose labour)' 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실용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파업이 지속된 배경으로는 드럼통, 상자 등 통상 화물의 수작업이 기계화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로 인해 선적 작업자들은 공장 노동자들과 달리 노동 과정 전반에서 높은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감독자와 마주하는 관계에서도 독립적인 입장을 지켜냈다. 스밋은 컨테이너가 기존의 통상 화물 하역 방식을 대체한 이후에도 파업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은 항만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항만에 매료된 연구자
스밋은 어린 시절부터 로테르담항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학생 시절 항만에서 컨테이너 고정 작업자인 래셔(lasher)로 일하며 1979년 파업 현장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로테르담 시립 항만공사에서 근무하며 항만 노사관계 업무에 깊이 관여했다. 현재는 리서치·컨설팅 기관인 Basis & Policy Organization Advisors의 연구원이자 고문으로 활동하며, 로테르담 항만 기업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