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플라스테르크(Plasterk) 장관이 최근 라이덴 국립고대박물관(RMO)에서 네안데르탈인 '크린(Krijn)'의 두개골 화석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크린은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최초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으로,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해 해저에서 건져 올린 '실종된 연결 고리'
RMO 관장 빔 바일란트(Wim Weijland)는 "네안데르탈인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화석은 바로 그 실종된 연결 고리(missing link)"라고 밝혔습니다.
크린의 두개골은 약 4만 년에서 1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북해 해저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석기 도구와 매머드 등 빙하기 동물의 화석 뼈를 여러 차례 발견해 왔지만, 정작 네안데르탈인 자신의 화석은 한 번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린의 두개골 조각은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최초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이 화석은 몇 년 전 제일란트(Zeeland) 연안에서 약 15km 떨어진 북해 해역 '미델딥(Middeldiep)'에서 준설선이 작업 중 우연히 건져 올린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크린이 살던 시기에는 이 지역이 육지였다는 사실입니다. RMO 선사시대 큐레이터 루크 암크로이츠(Luc Amkreutz)는 "당시에는 마스트리흐트에서 런던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남성, 육식 위주 식단, 그리고 양성 종양
라이프치히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연구진이 라이덴 대학교 연구원들과 협력해 이 뼈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다른 네안데르탈인 두개골들과 비교한 결과, 크린이 젊은 남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눈썹뼈(안와상융기)의 형태가 남성적 특징을 보이고, 아직 닫히지 않은 두개골 봉합선 일부가 젊은 개체임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뼈에 대한 화학 분석 결과, 크린은 고기를 많이 먹고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두개골에 남아 있는 작은 공동(구멍)을 분석한 끝에, 연구진은 크린이 머리에 양성 종양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다만 이 종양으로 인해 목숨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북해 해저, 거대한 선사시대 기록 보관소
이번 발견은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북해 해저에서는 손도끼(네안데르탈인의 '주머니칼'이라 불리는 석기) 같은 네안데르탈인의 도구와 매머드 등 빙하기 동물의 화석 뼈가 종종 발견되지만, 인골 화석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암크로이츠 큐레이터는 "북해에 뼈가 남아 있는 이유는 물속에 덮여 있어 산소와 차단되기 때문"이라며 "수중에는 아직 방대한 기록 보관소, 즉 풍부한 정보의 보고가 잠들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일란트 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지금까지 주로 도구 같은 유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된 인골 화석은 처음"이라며 "네안데르탈인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 화석이야말로 그 실종된 연결 고리"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