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대중만을 위한 것이라면 문화정책은 필요 없다

예술비평 연구로 보크먼 박사학위상 수상

티스 레이스터(Thijs Lijster)는 예술·문화 정책 분야의 보크먼 박사학위상(Boekman Dissertatieprijs)을 수상한 철학자다. 예술비평에 대한 그의 연구는 예술의 존재 권리를 둘러싼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레이스터가 2011년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던 무렵, 그의 연구 주제는 갑자기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술과 인문학은 공격의 표적이 되었고, 나아가 상당한 예산 삭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예술을 '좌파 취미'라고 규정짓기를 즐기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레이스터의 논문은 취약한 예술을 보호하기 위한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그는 대중만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선보일 예술과 문화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원리에 맡긴다면 별도의 정책이 필요 없겠지만, 그 결과 취약하고 소외된 예술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경제적 수익에 대한 항의

레이스터는 박사학위 논문 『예술 비평: 발터 벤야민과 테오도어 W. 아도르노의 예술과 예술비평(Critique of Art. Walter Benjamin and Theodor W. Adorno on Art and Art Criticism, 2012)』에서 두 독일 철학자인 벤야민과 아도르노를 나침반 삼았다. 그들이 예술작품을 사회를 들여다보는 프리즘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술은 아름다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의도치 않게 사회 비판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이스터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자율적인 예술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거나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을 수 있다. 예술은 자기 자신 외에 목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존재 권리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오늘날의 논쟁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몇 년간 계속 제기되어 온 질문은, 우리 사회가 문화와 예술에 돈을 투자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위기의 시기에는 의료·복지 같은 다른 분야를 우선시하기 위해 예술 예산을 삭감해야 하지 않을까? 레이스터는 "정부의 해법은 자신의 예술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더 자율적인 예술가나 문화 단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입장에서는 시장에 순응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반론이었다. 예술과 인문학은 여전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지만 조류는 바뀌고 있다.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인문학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일어난 시위처럼, 경제적 수익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정책에 대한 기여

보크먼 박사학위상은 관련 연구와 잠재적 수요자를 연결해 문화 정책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레이스터의 연구는 주로 역사적 성격을 띠면서도, 예술을 옹호하기 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는 "내가 예술·문화 정책에 기여하는 부분은 순수한 경제적 수익에서 시선을 돌리고, 예술이 사회적·교육적·인지적 영역에서 지니는 다른 형태의 가치를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예술은 사회의 비판적 성찰과 만연한 회귀적 사고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우리는 실제로 무엇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가?"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레이스터에 따르면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마케터와 미술품 수집가가 우리의 취향과 욕구를 결정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는 "정책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예술을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최대 공약수가 되는 대중적 작품이 아니라 소외되고 대안적인 예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흥행 성적이 좋고 큰 관객을 모으는 작품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그 밖에 서서 위험을 감수할 용기도 필요하다. 오직 대중만이 관심사라면 그건 시장에 맡기면 되는 일이고, 굳이 문화 정책이 필요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보크먼 박사학위상의 유래

2009년 네덜란드의 보크먼 재단(Boekmanstichting)과 네덜란드 과학연구기구(NWO) 인문학부는 예술·문화 정책 분야의 보크먼 박사학위상을 제정했다. 이 상의 이름은 1939년 6월 6일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정부와 예술의 관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에마누엘 보크먼(Emanuel Boekman)을 기린 것이다.

1만 유로의 상금은 3년마다 한 번씩 수여되며, 상금은 연구 관련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 수상자 티스 레이스터는 베를린의 벤야민 아카이브를 방문해 미출간 자료를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논문을 상업 출판용으로 다듬는 작업을 이어가고, 책도 많이 구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주 많은 책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