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아픈 유리: '유리병'에 시달리는 박물관 소장 컬렉션

치료법 없는 불치병이 박물관의 유리 컬렉션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바로 '유리병(glass disease)'입니다. 증상은 기름진 듯한 표면으로 시작해 점차 탁해지는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원인은 알려져 있습니다. 공기 중의 수분이 유리를 서서히 열화시키는 것입니다.

주방의 유리용기, 특히 가스레인지 근처에 두었던 것들을 보면 기름때가 낀 듯 뿌옇게 변해 있곤 합니다. 물론 당황할 일은 아닙니다. 살짝 닦아내고 때로는 후드 필터를 교체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정성껏 보관된 박물관 소장 유리가 마치 기름 튀김기 옆에 두었던 것처럼 보인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단순한 오염층이 아니라 유리가 서서히 열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박물관 업계에서는 이를 '유리병'이라 부릅니다. 암스테르담 대학교 박사과정생 구스 베르하르(Guus Verhaar)는 국립미술관(라이크스뮤지엄)에서 어떤 유리가 이 질환에 취약한지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는 유리와 땀 흘리는 유리

유리는 손대기 어려운 재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깨지기 쉬우면서도 동시에 상당한 내구력을 지녔죠. 고고학 발굴에서는 수천 년 전의 유리 구슬과 파편들이 출토됩니다. 화학자들은 가장 공격적인 물질을 다루는 실험에도 유리기구를 사용합니다. 창문은 큰 온도 차이와 대기 오염에도 수년간 문제없이 견딥니다.

그러나 유리도 열화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공기 중의 수분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말입니다. "습도가 높으면 유리 속 특정 성분들이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합니다. 그 결과 유리 표면에 염류가 형성되죠. 이렇게 되면 유리 표면에 작은 방울이 맺힙니다. 젤 같은 방울들이 마치 유리에 기름층이 낀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를 '땀 흘리는(sweating)' 유리 또는 '우는(crying)' 유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라고 베르하르는 설명합니다.

"이후 유리를 훨씬 건조한 환경에 두면 그 방울들이 말라 표면에 염 결정이 생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 유리 외층까지 흡수될 때 발생합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그 수분이 증발하면 최상층에 미세한 균열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를 크리즐링(crizzling)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유리가 탁하게 보이죠."

투명했던 유리가 분홍색으로

베르하르는 '아픈 유리'라는 라벨이 붙은 상자를 꺼내 보입니다. 그는 이 명칭에 다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질병'이라고 하면 치료나 회복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손상은 영구적이며 기껏해야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입니다." 그는 상자에서 서리 낀 분홍빛 유리로 만든 우아한 주전자를 꺼냅니다. 크리즐링이 뚜렷하지만 너무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어 거의 거슬리지 않습니다. "이 주전자는 한때 투명했을 뿐만 아니라 무색이기까지 했습니다"라고 베르하르는 상자를 더 뒤지며 무심코 말합니다.

무색이라니? 명백히 분홍색인 이 물체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색 변화도 유리병의 증상일까요? "여기서는 간접적인 결과입니다. 이 유리에는 유리를 무색에 가깝게 맑게 만들기 위해 첨가된 망간이 들어 있습니다. 공기 중 수분과의 접촉으로 열화 과정이 시작되면서 망간이 산화되었고, 산화망간은 분홍색을 띱니다."

습도, 특히 습도의 변화가 유리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특정 조성을 가진 유리는 그 특성 때문에 열화 위험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유리의 원료는 모래로, 대부분 실리카(이산화규소, SiO2)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리카는 유리에서 소위 '네트워크 형성제(network former)' 역할을 합니다. 첨가물들은 실리카의 용융 온도를 낮춰 가공을 쉽게 만듭니다.

전통적으로는 탄산소다나 식물 재처럼 나트륨(Na) 또는 칼륨(K) 염이 많이 포함된 물질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염류입니다"라고 베르하르는 설명합니다. "나트륨과 칼륨 이온은 실리카 네트워크 안에서 비교적 잘 움직입니다. 표면에서는 대기 중의 수분과 반응할 수 있습니다."

안정화 역할을 하는 석회

유리 가공업자들이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실은 첨가물이 유리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석회 같은 안정제를 넣는다는 것입니다. "석회를 가열하면 칼슘이 유리되어 네트워크 안에서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Na+, K+와 달리 칼슘(Ca)은 2가 양이온으로 Ca2+로 표기합니다. 양전하를 띤 칼슘은 상대적으로 음전하를 띤 원자, 즉 실리카 네트워크 속 산소(O)를 끌어당깁니다. Ca2+는 산소 원자 두 개를 붙잡을 수 있어 네트워크에 더 많은 구조를 부여하고, 나트륨과 칼륨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합니다.

베르하르는 유리의 성분 조성, 표면의 열화 생성물, 열화 취약성 사이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나트륨·칼륨 염의 양이 중요하지만, 칼슘 함량과의 비율이 유리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될지도 모릅니다." 오염된 유리가 어떤 열화 생성물을 포함하는지 측정함으로써 예측 방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정 열화 생성물이 유리병의 특징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아직 육안으로 손상이 보이지 않는 유리에서 그 생성물을 검출할 수 있다면, 어떤 유리가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태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존 처리사와 복원사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베르하르는 말합니다. "특정 조건 하에 유리를 보관·전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습도가 중요한 환경 요인이지만, 유리를 대여하지 않거나 다른 재질 옆에 두지 않는 것도 해당됩니다." 예컨대 목재는 방출하는 산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는 취약한 유리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베네치아 유리

유리 세공사들은 자신들의 유리 성질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잘 알았지만, 더 아름다운 유리를 추구한 결과가 아이러니하게도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베르하르: "유명한 베네치아 유리는 박물관에게 가장 큰 문제군 중 하나입니다. 베네치아의 유리 세공사들은 매우 맑은 유리를 만들고자 원료들을 첨가 전에 정제했습니다. 그 결과 눈부시게 맑은 유리가 탄생했지만, 동시에 안정성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정제 과정에서 안정화 성분들도 함께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유리병은 현대 유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베르하르는 현대식 아이리시 커피 잔을 꺼내 보입니다. 표면에는 방울이 맺힌 기름진 층이 있습니다. "실제로 만졌을 때도 미끄덩거립니다"라고 베르하르가 확인해 줍니다. "환경 속 산이 유리 속으로 이동하면서 표면이 상대적으로 알칼리성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비눗물 같은 층이 생기죠." 베르하르에게 이런 잔들은 귀중한 연구 자재입니다. 라이크스뮤지엄을 위해 연구한다 해도 박물관 유리를 함부로 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면봉

(박물관) 유리 검사를 위한 실용적인 방법을 개발하려면 유리를 손상시키지 않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리 표면에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분석하려면 뭔가 필요합니다. 베르하르는 의도적으로 적용이 쉬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의 도구는 놀랍도록 저기술(low-tech)입니다. 바로 면봉! 면봉으로 유리 표면의 기름진 층이나 작은 결정을 살짝 닦아내는 방식으로 시료를 채취합니다. "약국에서 파는 평범한 면봉이면 충분합니다. 특별한 것은 필요 없습니다."

그런 다음 면봉을 탈이온수에 넣어 시료를 용출시킵니다. 마지막 단계는 두 종류의 분리 컬럼을 갖춘 이온 크로마토그래프로 시료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하나는 양전하를 띤 양이온(Na+, K+, Ca2+ 등)용, 다른 하나는 음전하를 띤 음이온(특히 아세트산 CH3COO-와 포름산 HCOO-)용입니다. "이온 크로마토그래피를 선택한 이유는 감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적은 시료, 겨우 7마이크로리터만 필요합니다. 다룰 수 있는 물질이 극히 적기 때문에 이 연구에는 필수적입니다."

모형 시편

베르하르는 이미 박물관 소장품이 아닌 손상된 유리들, 그중에서도 아이리시 커피 잔을 포함해 여러 모델 측정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거대한 나트륨(Na) 피크가 눈에 띄고 음이온 중에서는 포름산이 압도적입니다. "이 기술로 유리 표면 열화 생성물의 조성과 농도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베르하르는 결론 짓습니다. "유리 표면에 포름산나트륨이 존재한다면 위험 요소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측정 방법에 도달하려면 훨씬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합니다. 연구의 다음 단계는 일련의 모형 시편(dummy)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농도의 여러 염 용액을 만들어 모형 슬라이드에 도포할 계획입니다. 그런 다음 각 슬라이드에서 시료를 채취해 이온 크로마토그래피로 분석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 기술로 시료에 어떤 염이 어떤 비율로 들어 있는지 신뢰성 있게 판별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면 이제 다양한 열화 단계에 있는 실제 박물관 소장품의 시료로 작업할 차례입니다. "위험 염류의 농도와 유리 손상 사이의 관계를 확립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의 측정을 어떤 소장품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면봉의 부드러운 스침조차 취약한 유리에는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