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숨겨진 렘브란트의 또 다른 그림, 과학 기술로 385년 만에 모습 드러내다

한 남성의 인물 연구 그림. 어쩌면 렘브란트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의 요리스 딕(Joris Dik)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이 숨겨진 그림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렘브란트 반 라인(Rembrandt van Rijn)의 군복을 입은 노인 아래에 가려진 그림을 밖으로 끌어내 보이게 한 것이다.

385년 만에 드러난 숨겨진 그림

수 세기 동안 렘브란트(1606~1669)의 군복을 입은 노인 아래에는 오래된 그림 한 점이 숨어 있었다. 렘브란트가 나중에 덧칠한 물감 층에 감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아니다. 델프트 공과대학교의 기술 덕분에 약 385년 만에 처음으로 어떤 그림이 그토록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숨겨진 작품은 '트로니(tronie)'라 불리는 인물 연구 그림으로, 망토를 두른 젊은 남성의 모습이다.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초기 작품 위에 다시 그리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 엑스선 기술

과학자들이 숨겨진 그림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 것은 매우 특별한 성과다. 군복을 입은 노인 아래에 또 다른 초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특수 휴대용 스캐너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 장치는 미국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에서 군복을 입은 노인을 분석하는 데 사용되었다.

연구진은 특수 영상 기법을 통해 얼굴과 망토의 형태를 포착했을 뿐만 아니라, "렘브란트가 사용한 일부 안료의 화학적 조성까지 밝혀냈다"고 요리스 딕 교수는 말한다. 그는 델프트 공과대학교 예술·고고학 재료학 교수로, 안트베르펀 대학교 연구자들과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MA-XRF(거시 엑스선 형광 스캐닝)는 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특수 엑스선 기술로, 화학 원소에 관해 훨씬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가는 빔으로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포착합니다. 안료 속 금속 성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물감 층을 구분하고 어떤 색이 사용되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한 점 한 점마다 특정 원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붉은 입술과 짙은 머리카락

예컨대 연구진은 그림 속 남성이 붉은 입술과 다소 짙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으며, 의상은 녹색빛을 띤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이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술을 충분히 소형화해 박물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스캐너에 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림을 프랑스나 독일의 입자 가속기로 옮겨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휴대용 스캐너는 산업계와 함께 개발했습니다"라고 딕은 설명했다. 군복을 입은 노인을 스캔하는 데는 약 30시간이 걸렸다.

딕은 자신의 기술을 일반 엑스선 촬영과 비교하기도 했다. "일반 엑스선은 흡수율의 차이를 통해 구조를 보여줍니다. 치과에서 치아 상태를 확인하거나 병원에서 촬영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방식으로 그림이 납백(鉛白)으로 그려졌는지는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다른 안료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휴대용 스캐너로는 그것까지 가능합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이미 휴대용 스캐너를 도입했다. 많은 박물관에게 이 스캐너는 단순히 숨겨진 그림을 드러내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화가가 어떤 물감을 사용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복원 전문가들은 특정 색이 바랬는지, 안료가 변질되었는지, 혹은 다른 복원가들이 무엇을 덧칠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딕은 자신의 기술로 더 많은 그림을 탐구하고 싶어 한다. 그의 위시리스트 최상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가 있다. "매우 특별한 작품입니다. 피카소가 이 그림에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거든요.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회화 속 원근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그가 이 작품에 몇 달을 쏟부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최종 결과물 아래에는 그림 하나가 아니라 세네 점이 겹쳐 있습니다. 이를 드러낼 수 있다면 마치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피카소가 고민하며 붓을 움직이던 모습을 거의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