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한니발은 알프스를 어디서 넘었을까? 코끼리 부대가 남긴 결정적 흔적

한니발의 알프스 도하,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다

한니발은 알프스 산맥을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넘었을까? 이 질문은 수 세기 동안 학자들과 역사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최근 연구자들은 콜 드 라 트라베르세트(Col de la Traversette) 경로를 통한 행군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한니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량의 말 배설물이, 그의 유명한 코끼리 부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의 가장 극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카르타고 장군 한니발 바르카(Barcas)의 알프스 원정이다. 강대국 카르타고(오늘날 튀니지의 튀니스 인근)와 로마가 벌인 제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201년) 당시 한니발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직접 진입하는 대담한 작전을 택했다. 이 원정에는 수십 마리의 코끼리가 대군의 일부로 동행했는데, 이들은 적진을 돌파하고 병사들을 밟아 무찌르는 공성 무기 역할을 했다.

이 거대한 짐승들의 등장은 당시 유럽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 원정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끼리들에게 얼어붙은 알프스는 결코 자연 서식지가 아니었다. 많은 코끼리가 혹독한 행군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화석화된 배설물이 밝히는 행군 경로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와 그리스의 폴리비오스(Polybios, 기원전 203~120년)는 이 원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들이 묘사한 통과 지점이 해발 2,580미터에 위치한 프랑스의 콜 드 라 트라베르세트를 가리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고개를 행군 경로로 처음 언급한 사람은 1950년대의 진화생물학자 개빈 드 비어(Gavin de Beer, 1899~1972)였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고 고개의 해발 고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지지자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빌 매해니(Bill Mahaney) 교수(토론토 요크 대학교)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콜 드 라 트라베르세트 인근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말 배설물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C-14) 결과, 이 배설물은 기원전 218년경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수천 마리의 말과 노새가 한니발의 군대와 함께 행군했기 때문에, 이는 그의 군대가 남긴 흔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니발과 그의 군대의 존재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일까? 나츄랄리스 생물다양성센터(Naturalis Biodiversity Center) 진화생물학자이자 라이덴 응용과학대학 강사인 바버라 그라벤딜(Barbara Gravendeel) 박사는 신중한 입장을 취한다. "연구진은 한니발 군대가 콜 드 라 트라베르세트를 통해 알프스를 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병사 3만 명, 말과 노새 1만 5천 마리, 그리고 수십 마리의 '전쟁 코끼리'로 구성된 군대라는 전승에 근거한 것으로, 이 지층에서 발견되는 대량의 화석 배설물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 환경에서 채취한 대조군 샘플을 분석하여, 이것이 현대의 배설물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지역에 아직 서식하는 알프스마멋, 샤무아, 아이벡스의 배설물이 아니라는 것이죠."

고대 배설물을 분석하는 과학

연구진은 특정 생물학적 상태를 가리키는 지표인 화학적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발굴 현장에서 나온 말 배설물을 식별했다. 그라벤딜 박사는 "이것은 검증된 방법입니다. 화석 배설물 속 미생물에 대한 DNA 분석 기술도 활발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그 미생물들은 2천 년이 지난 지금 이미 완전히 죽어 있다는 것입니다. 퇴적물에 남은 DNA 흔적을 통해 우리가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2천 년 전 이 장소에 말 배설물과 그에 딸린 세균이 짧은 기간 동안 대량으로 존재했다는 사실뿐입니다. 연구진은 이제 말 배설물의 지리적 기원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DNA 분석을 수행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여러 면에서 미완성이다. 그렇다면 정작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코끼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라벤딜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코끼리 배설물의 DNA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화석 배설물의 생산자를 밝히기 위해 같은 분석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화석 배설물에서 코끼리의 DNA 흔적이 발견된다면, 한니발 군대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것을 100%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낮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코끼리가 알프스를 넘는 혹독한 행군에서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리비우스, 『로마 건국 이래』 제21권 32~38장, 한니발의 알프스 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