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덴 대학교(Leiden University) 중동학 전공의 바리즈 마지드(Bareez Majid)는 석사 논문 연구를 위해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아르나 수라카(Amna Suraka)에서 4개월간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쿠르드족 집단살해가 자행되던 이곳은 현재 박물관이자 추모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드가 발견한 것은 고문당했던 수감자들의 트라우마를 담아낼 여백이 거의 없는 박물관의 모습이었습니다.
'잊지 않기 위하여' — 수상작 소개
논문 「잊지 않기 위하여: 이라크 쿠르드 아르나 수라카 박물관에 대한 비판적 연구(In Order Not to Forget: A Critical Study of the Iraqi-Kurdish Museum of Amna Suraka)」로 마지드는 올해의 볼스크란트-IISH 역사 논문상(Volkskrant-IISH Thesis Prize for History)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전쟁 트라우마와 기억이라는 주제 아래,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쿠르드 자치구의 아르나 수라카 박물관을 연구했습니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그녀는 박물관 직원, 방문객, 그리고 고문을 견뎌낸 전직 수감자들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논문의 핵심 주제는 무엇인가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집단 기억이 '쿠르드'라는 정체성 개념 속에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다루었습니다. 박물관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서술하는지 살펴보았는데, 흥미롭게도 외부인에게는 집단살해와 죽음의 서사가 주로 전해집니다. 이는 '쿠르디스탄은 자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과 암묵적으로 연결되어 있죠. 반면 현지 주민들에게는 생존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 말입니다."
아르나 수라카는 어떤 곳인가요?
"아르나 수라카 박물관은 그곳에서 일어난 쿠르드족 집단살해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주로 정치범들이 수감되고 고문을 당하던 옛 감옥 건물은 여러 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옵 부분 외에도 쿠르드족 전통 의상과 유물을 전시하는 건물이 있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1991년 피난길에 오른 쿠르드족들의 사진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안팔(Anfal), 즉 사담 후세인의 반쿠르드 캠페인으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적힌 방도 있습니다. 유리 벽 너머에는 산 채로 매장된 희생자들에게서 발견된 유품들이 진열되어 있죠. 후세인 정권 시절 쿠르드족은 애도조차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은 이름과 사진이 벽에 걸린 안팔 희생자들을 위한 늦은 장례식처럼 느껴집니다. 방 안에서는 울음소리를 내는 여성들의 음성 녹음도 들려옵니다. 별도의 작은 방에는 고문당하는 자세를 재현한 조각상들이 놓여 있어 수감자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왜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되셨나요?
"희생자들이 이 트라우마의 장소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지, 그곳이 트라우마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지, 박물관이 목소리를 들어주는 공간이 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집단살해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는 쿠르드족'이라는 영웅적 서사라는 더 큰 그림을 위해 활용될 뿐입니다. 오직 고문 자세를 재현한 조각상이 있는 방에서만 희생자들은 자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표현이 다소 직접적이라고 느꼈지만, 정작 고문을 겪은 희생자들에게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지역 출신 난민 경험이 있는 마지드는 자신의 배경이 연구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한몫 했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기억과 추모라는 주제를 연구해 왔고, 홀로코스트(Shoah)를 전공했습니다. 이 환경에서 연구한 것은 얼마나 많은 미처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그것이 얼마나 소홀히 다뤄지는지 제가 몸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홀로코스트 추모관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는 나치 정치와의 관계 속에서도 균형 잡힌 시각이 제시됩니다. 반면 이 박물관은 훨씬 덜 균형 잡혀 있고 지나치게 정치적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연구 계획서가 승인된 직후 갑자기 그 지역에 IS(이슬람국가)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해 두려웠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은 수감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고문 생존자들을 만나려면, 역시 이 감옥에 수감되었던 가족의 소개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박물관의 중립성을 해치는 외부 세력에 대한 비판도 있던데요?
"제 생각에 그곳에 있는 외부 세력들은 주로 쿠르드족 집단살해 이야기와 박물관을 자신들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박물관에서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전혀 없습니다. 유럽인들은 홀로코스트를 통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모 공간을 기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트라우마의 장소가 지닌 가치 또한 알면서도, 정작 그 건물들을 이용합니다. 이것이 분합니다. 예컨대 아우슈비츠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집단살해 희생자들에게 상처가 됩니다. 저는 이것을 문화 식민주의(cultural colonization)의 한 형태로 봅니다."
그 외 비판점으로는 박물관 설립을 주도한 정치인들과 전시 제작자들의 이념이 우선시되어 정작 희생자들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은 여성 수감자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추모하고 치유할 공간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핵심 결론은 무엇인가요?
"아르나 수라카 박물관 같은 추모 공간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 치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 집단살해의 가해자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희생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녀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없습니다. 이 주제가 논의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물관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훨씬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볼스크란트-IISH 역사 논문상이란?
볼스크란트-IISH 역사 논문상은 2010년부터 매년 시상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명확히 혁신적인 접근법을 보여주는 석사 논문을 평가 대상으로 삼습니다. 새로운 주제를 다루거나 기존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시상금은 1,500유로입니다.
심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의 수상자 바리즈 마지드는 인상적인 논문으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볼스크란트-IISH 논문상의 역대 수상자로는 스테판 펜더스(Stefan Penders, 2013), 플로리스 케넨(Floris Keehnen, 2012), 요페 판 드릴(Joppe van Driel, 2011)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