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 부부가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면서 세계는 라듐에 대한 광적인 열광을 보냈다. 당시 사람들은 라듐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20세기 초, 세계는 방사능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1898년, 앙투안 앙리 베크렐이 우라늄의 방사성을 발견한 지 단 2년 만에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는 우라늄 함유 광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광물 내 방사성 원소의 함량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이를 근거로 또 다른 미지의 방사성 물질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퀴리 부부는 새로운 원소 '라듐(radium)'을 발견했다고 세상에 공식 발표했다. '라듐'이라는 이름은 라틴어 'radius(빛줄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라듐은 완전히 매혹적인 물질이었다. 어둠 속에서 저절로 빛을 냈고, 라듐에 조사된 물체 역시 함께 빛났다. 공기와 일부 물질을 투과했으며, 라듐 염은 열을 내뿜고 유리의 색을 변색시켰다. 그 화합물은 푸른빛을 발했고, 산소는 라듐과 접촉하면 오존으로 변했다. 거의 '마법 같은' 라듐의 특성은 서구 여론을 빠르게 매료시켰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원소를 각종 질환의 치료제로, 그리고 특히 여성들에게 중요한 문제였던 노화로 인한 불쾌한 현상의 해결책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라듐 걸스(Radium Girls)
발견자 본인 역시 라듐의 기적적인 특성에 주목했다. 피에르 퀴리는 라듐이 발암 물질일 수 있다고 믿었고, 방사선의 영향을 스스로의 몸으로 실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염화라듐에 자신의 팔뚝을 10시간 동안 노출시켰다. 이후 그는 생긴 상처의 경과를 꾸준히 기록했다. 피부가 벗겨져 나갔고, 통증은 한 달이 지나도 계속되었다. 과학자와 가까웠던 사람들은 그가 심한 염증을 앓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거의 아무도 이를 개의치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라듐 바이알을 넣고 다녔고, 흔히 손님들을 이것으로 즐겁게 했다. 피에르 퀴리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좀 더 일찍 이 새로운 원소의 어두운 면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경각심은 확산되지 않았다. 서구 사회는 라듐에 매료되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라듐 화합물이 함유된 형광 페인트로 시계 문자판 등을 칠해 어둠 속에서 빛나게 했다. 미국 정부조차 이러한 시계를 군용으로 발주했다. 이 장비들을 개발하던 미국 라듐 공사(U.S. Radium Corporation)의 4천 명 직원들은 근무 시간마다 방사성 페인트가 묻은 붓을 입으로 핥아 정리하고 끝을 다듬으라고 권유받았다. 이렇게 하면 도구를 청소하는 동시에 붓끝을 '날카롭게' 다듬어 더 정밀하게 페인트를 칠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여성들이 치아 문제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뼈와 관절 문제로 번져갔다. 종양성 질환 사례도 발생했다. 회사는 처음에 직원들이 독성 물질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했고, 이후에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안심시켰다. 결국 이 문제를 감추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큰 파장을 일으키는 소송이 벌어졌다. U.S. 라듐 회사는 생산 공정을 변경해야 했고,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주름을 없애는 크림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라듐의 효능이라는 명분은 한 남자에 의해 수익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알프레드 퀴리(Alfred Curie). 그는 퀴리 부부와 성이 같았지만 화학자 부부와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었다. 대신 의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바로 그가 1930년, 제품 100g당 염화토륨 0.5g과 브롬화라듐 0.25mg을 함유한 주름 개선 크림 '토-라듐 크림(Tho-Radium Creme)'의 특허를 받았다. 이 화장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SECOR社는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언론과 포스터에는 라듐 기반 피부 크림을 찬양하는 문구들이 넘쳐났다. SECOR는 파우더, 비누, 심지어 치약까지 포함한 라듐 제품군 전체를 출시하기도 했다.
경쟁자들도 잠자지 않았다. 영국 시장에서는 라디오르(Radior)社가 안면 크림과 토닉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고객에게 제품의 방사성이 최대 20년간 지속된다고 보장했다. 대서양 건너 피츠버그에서는 라듐 케미컬(Radium Chemical)社가 방사성 안면 팩 등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혈압을 높여 피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빈혈을 예방하며 건강을 증진한다고 주장되었다. 여성용 '라듐' 코르셋도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었다. 살을 빼고 몸을 탄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하루 20분만 착용하면 그 유익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라듐은 온천 시설과 요양원에서도 활용되었다. 치유의 물에 몸을 담그는 목욕과 각종 방사성 요법이 제공되었다.
방사성 만병통치약
'라듐 걸스'와 같은 참사에도 불구하고, 서구 사회는 여전히 방사선의 기적적인 효능을 믿었다. 그야말로 라듐과 우라늄을 사용해 아기를 위한 울 제품, 여성용 질 좌약, 두통 완화 정제가 만들어졌다. 소량의 방사성 물질 샘플이 들어 있는 '꼬마 화학자' 같은 장난감, 물 디스펜서, 심지어 성기능 개선약까지 등장했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만 해도 성적 '무능함'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되었다. 방사선의 마케팅 가치는 워낙 컸기 때문에, 실제로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조차 그 존재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X-ray 콘돔이나 라듐 누텍스(Radium Nutex)가 그 대표적인 예다.
라듐은 종양학 분야에서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유익한 효과는 강한 방사선에 의해 상쇄되었다. 놀랍게도 1970년대까지도 편도선염 등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방사선 치료가 권고되었다.
라듐의 발견자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 본인도 그 희생자가 되었다. 그녀는 골수 부전의 일종인 재생불량성 빈혈로 세상을 떠났으며, 생전에 방사선 질환으로도 고통받았다.
오늘날 어둠 속에서 신비롭게 빛나던 '기적의' 라듐이 매우 유해한 물질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라듐은 가장 방사성이 강한 원소로 꼽힌다. 방사선 노출은 치아와 뼈를 손상시키고, 낫지 않는 궤양과 암을 유발한다. 현재 라듐은 원자물리학과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원자시계 제작, 광학, 산업용 방사선 촬영 등이 그 예이다. 방사성 원소의 대량 생활용품 사용은 이제 끔찍한 과거로 남았다.
참고 문헌
- Denis Brian, The Curie Family, Warsaw: Amber, 2006.
- Józef Hurwic, Maria Skłodowska-Curie and radioactivity, Warsaw: Zofia Sobkowska Educational Publishing House, 2008.
- Susan Quinn, The Life of Marie Curie, Warsaw: Prószyński i S-ka,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