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노동당(PvdA)은 창당 70주년을 맞았다. 프란스 베커(Frans Becker)와 헤리트 보어만(Gerrit Voerman)은 이를 기념해 열두 명의 정치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70년의 역사를 함께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두꺼운, 그러나 결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탄생한 통합의 정당
노동당의 탄생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강제수용소와 형무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덜란드 사회는 가톨릭, 개신교, 사회민주주의 등 종교·이념별로 나뉘어 각자의 생활권을 이루는 이른바 '기둥화(pillarization)'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용소에 갇힌 지식인들은 이러한 분절을 넘어서는 새로운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가톨릭과 사회민주 진영부터 연결해 모두를 하나로 묶는 정치 세력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사회민주노동당(SDAP)은 이미 1937년 마르크스주의 색채를 상당 부분 완화해 둔 상태였다. 전쟁이 끝나자 새로운 협력의 길이 열렸고, SDAP는 자유민주연맹과 기독민주연합과 손잡고 같은 길을 걷기로 결의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노동당이다.
동화가 아닌 이야기
『노동당 70년』은 창당의 역사를 하나의 이상주의적 동화처럼 서술한다. 원래 동화는 장밋빛으로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 악한 계모가 방해꾼으로 등장하고,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잘생긴 왕자의 입맞춤으로 해피엔딩을 맞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저자들이 어떻게 애를 써도 동화가 될 수 없다.
1960년대까지 노동당은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고, 그만큼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심은 옅어졌다. 여기서 '유동 유권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다. 노동당은 이 유권자들을 충분히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이 나아갈 노선을 놓고 벌어진 내부 갈등에 당 지도부가 발목 잡혔다. 강경한 사회주의 노선과 노조와의 유착,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노동자와의 유대를 서서히 내려놓는 과정에서 당은 몇 차례 분열을 겪기까지 했다. 문제는 노동당이 지금까지도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판적인가, 비판하지 않는가, 그것이 문제다
책은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노동당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1990년 이전까지는 매우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분석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최근 25년에 대해서는 매번 무난하게 넘어간다. 마치 당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려는 듯, 그 시기를 용서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저자들 자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는다.
『노동당 70년』은 묵직한 책이지만, 그 초점은 나이 든 백인 남성 노동당 명사들에게 쏠려 있다. 더 이상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는 인물들을 비판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정작 유권자를 되찾기 위해 노동당이 어떤 노선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을 불태우고 싶지 않은 듯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결국 노동당은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해 잘생긴 왕자를 절실히 찾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악한 계모만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