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폴란드 여성에게 열린 길은 아니었다
자기희생과 지성, 그리고 돈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남성과 대등하게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전쟁 전 여성의 노동과 만연했던 차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글에는 한 부류의 직업군이 빠져 있었다. 진입 자체는 철저히 통제되면서도, 증조모 세대들이 돌풍처럼 쟁취해 간 바로 그 분야. 의료 계열, 즉 간호사, 치과의사, 그리고 의사의 일이다.
특히 목록의 마지막 항목인 '여성 의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넘어가는 시점에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크라쿠프에 자신의 이름을 건 병원까지 둔 폴란드 외과의 선구자 루드비크 리디기에르(Ludwik Rydygier) 교수는 1895년 『의학 평론(Przegląd Lekarski)』에 여성의 의학 진출에 대한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그가 상상한 "여성 의사"의 모습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25%의 진전
자유 폴란드에서도 많은 의사들의 인식은 좀처럼 부드러워지지 않았지만, 여성들 앞에 더 이상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피부과, 소아과, 산부인과 같은 "온순한" 전공 선택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도덕적 제약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도로타 요우키에비치(Dorota Jołkiewicz)의 집계에 따르면, 1937년 폴란드 의과대학 졸업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5%에 달했다. 이야말로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다!

1933년, 마을 학교의 교사와 제자들.
의학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다른 여성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심지어 자기 집에서도 개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커리어 경로 덕분에 한편으로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의 실권을 확고히 쥘 수 있었다.
스스로 일하며 돈을 벌었고, 동시에 고용주가 되기도 했다. 하인을 고용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가 마르타 시코르스카-코발스카(Marta Sikorska-Kowalska)가 지적하듯, 이들은 종종 같은 직업을 가진 남성과 관계를 맺었는데, 이는 지역 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행복한 엘리트
의료 활동은 여성들에게 경제적 독립과 진정한 해방을 안겨주었다. 치과의사들도 당시 기준으로 좋은 수입을 올렸다.

놀라운 재치, 맛있는 요리, 독특한 미각. 전간기 폴란드의 여성사를 만나고 싶다면 올라 자프루츠코-야니차(Ola Zaprutko-Janicka)의 책 『주방에서 온 스무 해』를 읽어보자.
유명 언론인 이레나 크시비츠카(Irena Krzywicka)의 어머니 페냐 골드베르크(Fenia Goldberg)는 치과의사로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은 인물이었다. 그녀의 첫 결혼은 같은 직종 사람들의 결합이었다. 아내는 치과의사, 남편은 의사였고, 두 사람 모두 유대인 단체에서 활동한 혐의로 시베리아로 추방되었다.
페냐는 치과 의자까지 챙겨 들고 "북극곰의 나라"로 떠났다. 북극권에서 가족의 살림살이를 보탰고, 유배에서 돌아온 후에는 바르샤바에서 진료를 계속 이어갔다.
골드베르크는 돈을 낭비하지 않았고, 확고한 좌파 사회주의자였다. 동시에 살림을 꾸리며 치과 진료도 병행했다. 일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좋은 수입을 보장해 주었다. 가족의 유일한 생계책으로서 방 몇 개짜리 아파트를 빌리고, 하녀를 고용하고, 외동딸을 좋은 학교에 보낸 뒤 대학까지 진학시킬 수 있었다.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어린 환자를 진찰하는 온천지 의사.
그러나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의료계 진출은 대학 교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다. 나머지 여성들은 남성만큼 인정받거나 보수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같은 자리에 남성이 지원하면 일자리조차 잃을 수 있는 직업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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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저자가 『주방에서 온 스무 해: 전간기 폴란드의 요리 이야기』를 집필하며 참고한 자료와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