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최소 4만 800년 된 예술작품, 스페인 동굴 벽화의 주인공은 누구?

선사시대 미술의 나이 기록이 또다시 경신되었습니다. 스페인 북부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는 무려 4만 800년 이상 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제 관심은 '누가 그렸는가'로 옮겨갑니다. 초기 인류였을까요, 아니면 오래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일까요?

과학 저널 표지를 장식한 특별한 발견

권위 있는 학술지 Science의 표지는 과학자라면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영예입니다. 그런데 그 표지가 짙은 붉은색의 선사시대 동굴 벽화 사진으로 장식되었다면, 이 그림들에 대해 매우 특별한 것이 발견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세 개의 동굴

이번에 조명된 알타미라(Altamira), 엘 카스티요(El Castillo), 티토 부스티요(Tito Bustillo) 동굴은 모두 스페인 북부 해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유산을 관리하는 유네스코의 보호를 오랫동안 받아온 곳들입니다.

동굴 안에는 다양한 선사시대 벽화가 남아 있습니다. 들소와 말의 그림, 사람의 손바닥 문양,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줄무늬와 원형 등이 서로 겹치고 포개진 채 그려져 있습니다.

놀라운 최소 연령 측정 결과

이 예술작품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압도적인 나이 때문입니다. 한 그림에 대해 고고학자들은 최소 4만 800년이라는 연령을 산출했는데, 이는 붉은색으로 칠해진 원반 모양 그림으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또한 사람 손바닥 문양은 최소 3만 7300년, 방망이 형태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는 최소 3만 56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시기는 최초의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유럽에 정착하기 시작한 때와 일치합니다.

작가는 현대 인류인가, 네안데르탈인인가?

유럽 최초의 주민들과 그들이 상징적 예술을 창조할 수 있었던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대 측정은 흥미로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초기 현대 인류가 유럽에 정착하자마자 즉시 거처를 장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그들은 유럽에 도착한 시점부터 이미 학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발달된 상태였다는 뜻이 됩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그림을 그린 것이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설입니다. 연구자들이 산출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림의 최소 연령이기 때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도착한 직후 사라진 인류로,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심지어 몰살당했다고 보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그림의 나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동굴에 거주했던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것이 어디까지나 추측이라고 밝힙니다.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이 추상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은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과학자들은 '원시적'이라 여겨왔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네안데르탈인이 이베리아 반도에 살았다는 점입니다.

우라늄-토륨 연대 측정법의 힘

연구팀은 우라늄-토륨(U-Th) 연대 측정법을 활용해 최소 연령을 산출했습니다. 그림 안료 위에 덮여 있던 광물 퇴적물을 분석한 것인데, 이 퇴적물은 그림보다 나중에 생성되었으므로 그림 자체보다 오래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광물의 나이는 그 아래 그림의 최소 연령이 됩니다. U-Th 측정법은 단 몇 밀리그램의 시료만으로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훨씬 많은 양의 시료가 필요한 기존의 탄소연대(C14) 측정법과 뚜렷이 대비됩니다.

깨지기 쉬운 기록

불과 몇 주 전에도 고생물학자들은 학술지 PNAS를 통해 프랑스 아브리 카스타네(Abri Castanet) 동굴에서 발견된 유럽 최고(最古) 동굴 벽화의 연대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록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Science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작품을 표지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이렇게 빠르게 상황이 뒤바뀌기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