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3월을 상징하는 붉고 흰 팔찌 '마르티스' — 고대 풍습의 뿌리

매년 3월 1일이면 발칸 반도 곳곳에서 사람들의 손목마다 붉은 실과 흰 실이 얽힌 작은 팔찌가 보입니다. '마르티스(Martis)' 혹은 '마르티아(Martia)'라 불리는 이 장식은 수천 년 세월을 견뎌 온 고대 풍습의 산물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풍습

민속학자 니콜라오스 폴리티스(Nikolaos Politis)의 관찰에 따르면, 마르티스의 뿌리는 고대 그리스의 엘레우시스 밀교 의식(Eleusinian Mysteries)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밀교 입문자들은 오른손과 왼발에 '크로키(Kroki)'라 불리는 실을 묶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첫 봄볕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부적

풍습에 따르면 3월 1일이 되면 어머니들은 흰 실과 붉은 실을 꼬아 만든 마르티스를 아이의 손목에 채워 줍니다. 민간 신앙에서는 봄의 첫 햇살이 특히 해롭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마르티스는 모기와 벌레를 쫓아내고, 질병을 비롯한 각종 액운을 막아 주는 부적 역할도 한다고 믿어졌습니다.

산시메라(Sansimera.gr)에 따르면 마르티스는 2월 마지막 날에 만들어, 3월 첫날 집을 나서기 전에 차는 것이 예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착용자가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엄지발가락에 반지처럼 끼우기도 합니다.

이 팔찌는 한 달이 저물면 풀어 버리는데, 첫 제비를 보면 장미 덤불에 걸어 두어 새들이 둥지를 짓는 데 가져가게 하기도 하고, 부활절 성화(聖火)로 태워 버리기도 합니다. 기독교 교회는 이미 5세기 요한 크리소스토모(John Chrysostom) 시절부터 이 풍습을 이교(異敎)적 관습으로 간주했습니다.

발칸 반도 곳곳의 '마르치'

이 풍습은 국경을 넘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전해집니다.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서는 '마르틴카(Martinka)', 알바니아에서는 '베로레(Verore)'라는 이름으로 같은 관습이 이어집니다. 두 나라 사람들은 햇볕에 "데이지 않도록" 붉은 실과 흰 실로 만든 팔찌를 차고, 한 달이 끝나거나 첫 제비를 보면 풀어 버립니다. 어떤 이들은 과수 나무에 묶어 꽃이 활짝 피기를 기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돌 밑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 날 그 옆에 벌레가 있으면 그해 남은 기간이 운이 좋으리라 믿습니다.

불가리아인들은 수백 년 된 전통과 풍습에 따라 3월 첫날 흰 실과 붉은 실로 만든 장식물 '마르테니차(Martenitsa)'를 옷깃에 달고 다닙니다. 불가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3월의 여성적 화신인 '바바 마르타(Baba Marta, 마르타 할멈)'가 집에 들어와 태우지 못하도록 집 밖에 붉은 천 조각을 걸어 두기도 합니다. 마르테니차는 불가리아인들에게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부적이자, 가족 간에 선물로 주고받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루마니아에서는 3월 1일의 붉고 흰 장식물을 '마르티조르(Mărțișor)'라고 부릅니다. 붉은 실은 사랑을, 흰 실은 눈을 사랑하는 꽃, 즉 3월에 피어나는 설련화(雪花蓮)의 순결을 상징하며, 설련화는 여러 루마니아 풍습과 전통과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이 젊은 청년으로 변신해 지상의 축제에 참여하러 내려왔으나, 용에게 납치되면서 세상은 어둠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청년이 동료들과 함께 용을 물리치고 태양을 구출해 봄을 되찾았지만, 정작 자신은 목숨을 잃었고 그의 피가 눈을 붉게 물들였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그 후로 3월 1일에는 모든 청년들이 '마르티조르'를 엮어 만드는 것이 관례가 되었으며, 붉은 실은 청년의 피와 희생의 사랑을, 흰 실은 순결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