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우리에게 '방수'를 선물한 남자, 레인코트의 아버지 찰스 매키토시

'방수'라는 위대한 발명의 시작

트렌치코트라고 부르든, 파카·아노락·케이프라고 부르든, 추운 날씨에 겉옷을 고르는 기준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폐렴에 걸리지 않게 지켜주는 기능, 바로 방수(waterproof)입니다. 어느 집에나 한 개쯤 있는 이 옷. 그런데 그 존재—그리고 상당 부분 우리의 건강마저—누구에게 빚지고 있는지 알고 계셨나요?

이야기는 17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19세였던 찰스 매키토시(Charles Macintosh)는 사무직을 그만두고 평생의 열정이었던 화학에 몸을 바칩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화학과 인연이 깊었는데, 아버지 조지(George)가 직물 염색공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여러 재료를 실험하며 '직접 합성'해 보던 것이 소년 매키토시의 놀이였습니다. 실험용 플라스크가 종종 폭발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20세에 자신만의 실험실을 열다

성인이 된 후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그가 태어나고 살았던 글래스고(Glasgow)의 한 화학제품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마치 사탕 가게에 들어선 아이처럼 신이 나 있던 그는 20세에 염화암모늄과 프로이센블루 염료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자신만의 실험실을 열었고, 아이디어를 시험할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석탄가스 부산물 속의 우연한 발견, '나프타'

1818년, 석탄가스 생산 과정의 부산물을 분석하던 중 그는 특별한 성질을 지닌 물질을 발견합니다. 당시에는 전기가 없었고 가정과 거리의 모든 등불은 석탄을 태워 얻은 가스로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석탄을 태워 가스를 만들면 '나프타(naphtha)'라는 액체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참고: 사전에서 나프타는 "희석이나 정제 용도로 쓰이는 인화성·휘발성 탄화수소 혼합물의 총칭"으로 정의됩니다. 고교 화학 교과서에 따르면 나프타는 "원유 증류액 중 휘발유와 등유 사이에 해당하는 분획물로, 탄소 수 5~9개짜리 알케인이 주성분"이라고 합니다. 벌레 퇴치용 방충볼(나프탈린)의 주성분이라는 점은 이미 짐작하셨겠죠.

우리에게  방수 를 선물한 남자, 레인코트의 아버지 찰스 매키토시

천연고무와 나프타의 운명적인 만남

매키토시는 나프타가 인도고무(india rubber)를 녹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고무나무는 줄기에 흠집을 내면 끈적한 유액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천연고무의 주된 공급원입니다. 나프타와 고무를 결합한 그의 화합물은 빗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반죽 같은 물질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착상은 착용자를 빗물로부터 보호하고 강수 속에서도 변형되지 않는 천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견물을 두 장의 모직 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넣어 완성했습니다.

세 번째 영감은 이 '작품'에 '맥 코트(Mac Coat)'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이 이름은 오늘날에도 '레인코트'의 공식 명칭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컴버널드(Cumbernauld)에 매키토시가 설립한 공장은 지금도 같은 기술로 이 코트를 생산하며, 명칭은 '매킨토시(Mackintosh)'로 불립니다. 모든 재봉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시작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책임지는 방식은 무려 200년 전과 다름없습니다.

특허와 대량생산, 그리고 시련의 시간

그는 1823년 특허를 취득하고 첫 레인코트를 판매했습니다. 재단사들이 그의 발명품 사용을 꺼리자, 그는 직접 대량생산에 나섰습니다. 상업적 파트너들의 권유로 면직물 버전도 선보였고, 기차 여행객과 승마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완판되었고, 육군과 해군으로부터도 주문이 밀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재봉 과정에서 천에 구멍이 생겨 물이 스며들었고, 겨울에는 딱딱하게 굳으며, 한여름의 더위는 버티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외과의사 제임스 심(James Syme)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그는 이런 논란에 연연하지 않고 제품 개선에 집중했으며, 1843년 가황고무를 발명해 디자인에 활용한 토머스 행콕(Thomas Hancock)의 회사와의 합병을 감행했습니다.

우리에게  방수 를 선물한 남자, 레인코트의 아버지 찰스 매키토시

오늘날의 레인코트가 되기까지

두 기술의 결합으로 우리가 아는 현대식 레인코트가 탄생했고, 육군·해군·경찰·철도 등에 폭넓게 보급되었습니다. 이후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같은 명품 패션 하우스들이 고객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자체 디자인을 공장에 보내 제작을 의뢰했고, 수많은 브랜드들도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그는 자신의 '아이'가 갖춰입히게 된 의류 전반의 진화를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회사 합병이 이루어진 해에 세상을 떠났으니, 향년 77세였습니다. 참고로 그는 표백·탈취·살균용으로 쓰이는 표백분(수산화칼슘, 염화칼슘, 차아염소산칼슘의 화합물)을 발견한 인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