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투, 그룬발트
1410년 7월 15일, 그룬발트(Grunwald)와 탄넨베르크(Tannenberg) 마을 사이에서 벌어진 위대한 전투를 얀 드우고시(Jan Długosz)가 기록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 역사적 격돌은 폴란드의 집단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을 듯싶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역사학자들조차 그룬발트가 무엇인지 몰랐고, 아는 척하는 사람들조차 이름과 날짜를 혼동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참고로 그룬발트 전투는 브와디스와프 2세 야기에워(Władysław II Jagiełło)가 이끄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군이 울리히 폰 융ingen(Ulrich von Jungingen) 단장이 이끄는 튜턴 기사단을 격파한 중세 유럽 최대급 전투였다. 오늘날 폴란드의 국가적 자긍심의 상징이 된 이 전투가 어떻게 잊혔다가 되살아났는지, 그 과정은 의외로 파란만장하다.
관심 밖의 중세 프로이센 역사
19세기 전반기 폴란드에서 중세 프로이센과 튜턴 기사단의 역사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굳이 언급된다 해도 몇 가지 핵심 장면뿐이었다. 성 아달베르트(성 보이체흐)의 선교 활동, 튜턴 기사단의 초빙, 브와디스와프 우키테크(Łokietek)가 벌인 전투, 그리고 1466년 폴란드의 발트해 진출 정도였다.
위대한 전투들을 다룰 자리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가장 중요한 전투로 꼽힌 것은 플로비체(Płowce) 전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폴란드군은 이 전투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도 못했다. 반면 그룬발트는 고작 지엽적인 소규모 접전 정도로 짧게 언급될 뿐이었다.
날짜도, 이름도 엉망진창
1809년 『바르샤바 회고록(Pamiętnik Warszawski)』은 그룬발트 전투 400주기를 맞아 기사를 실었는데, 그 전투를 400년 전, 즉 1409년에 벌어진 것으로 잘못 소개했다. 토마시 시비엔츠키(Tomasz Święcki) 역시 저서 『고대 폴란드 묘사』(1828년)에서 이 격돌이 1411년 7월 14일에 일어났다고 적었다. 물론 정답은 1410년 7월 15일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19세기 전반기에는 그룬발트 전투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전투의 이름조차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에게 그룬발트는 '그뤼네발트(Grünevald)'였고, 도미니크 슐츠(Dominik Szulc)는 1846년 저서 『고대 프로이센의 중요성에 관하여』에서 이 전투를 '루다(Ruda)에서 벌어진 소규모 접전'이라 불렀다. 1844년 출간된 『인명·역사 사전』의 저자들조차 이 생소한 격돌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확신하지 못해, 한 페이지에서는 탄넨베르크라 했다가 다른 페이지에서는 그룬발트라고 적었다.

낭만주의자들의 미약한 관심
아담 미츠키에비치(Adam Mickiewicz)를 비롯한 낭만주의 작가들은 이 영웅적인 전투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였다. 폴란드의 국민 시인은 그룬발트에서 싸운 체코의 영웅 얀 지슈카(Jan Žižka)를 노래한 시 「지슈카」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전투의 이름을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탄넨베르크라고도, 그룬발트라고도 말이다. 아마 당시에는 독자들의 기억에 새길 만큼 널리 알려졌거나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변화의 시작, 그리고 관심의 눈사태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상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역사학자들이 잊혀진 전투를 소재로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옝드제이 모라체프스키(Jędrzej Moraczewski)가 1842년 펴낸 『폴란드 골동품』에 실린 긴 서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그마저도 그룬발트 자리에 길겐부르크(Gilgenburg, 현 담브루브노 Dąbrówno)를 놓았고, 전투 날짜를 7월 22일로 잘못 기록했다.
물론 19세기 말이 되면 그룬발트에 대한 관심이 눈사태처럼 불어나는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자.
출처 및 참고 자료
이 글은 흥미로운 일화와 과거의 기이한 소식 등 짧고 알찬 읽을거리를 지향하며, 하나의 자료에 기반해 3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번 글의 기반이 된 자료는 다음과 같다.
- Norbert Kasparek, 『19세기 전반기 그룬발트 전투에 관하여』, 수록: 『수 세기에 걸친 폴란드-튜턴 기사단, 폴란드-독일 역사 속 그룬발트의 풍경 — 신화와 현실을 중심으로』, ElSet, 2009, 153~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