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폼페이의 루파나레: 베수비오 화산재 속에 잠든 고대 로마의 '붉은 불빛' 공간

폼페이의 루파나레: 베수비오 화산재 속에 잠든 고대 로마의  붉은 불빛  공간

폼페이 루파나레 입구

이탈리아 나폴리 근교, 베수비오 화산의 재 아래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고대 도시 폼페이.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그 가치는 충분합니다!) 반드시 긴 줄을 마주하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루파나레(Lupanare), 즉 고대 로마의 매춘굴입니다. '루파나레'라는 이름은 '암늑대(lupa)'에서 파생된 말로, 당시 로마에서는 창부를 가리키는 은어로 쓰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 불운한 도시의 옛 '만남의 집'은 다른 어떤 유적보다도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결코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건물 구조는 잘 보존되어 있고 '붉은 등불'을 연상시키는 벽화까지 갖춰져 있지만, 문을 들어서는 순간 수백 년 전 이 좁은 벽 안에서 소비되었던 비참하고 척박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서민 출신의 여성들은 몇 푼의 돈을 대가로, 그 좁은 방들에서 육체적 쾌락을 찾는 남성들에게 몸을 내주어야 했습니다.

폼페이의 루파나레: 베수비오 화산재 속에 잠든 고대 로마의  붉은 불빛  공간

루파나레 내부의 작은 방 중 하나, 석조 침대가 보입니다

소박하고 협소한 건물 구조

좁은 골목을 지나야 진입할 수 있는 이 건물은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은 가난한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2층은 좀 더 형편이 넉넉한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습니다. 방들은 작고 비좁았으며, 특히 1층의 방들은 거의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각 방에는 벽돌과 석회로 만든 석조 침대가 내장되어 있었고, 그 위에 얇은 매트리스를 얹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복도 하나, 발코니 하나, 작은 변소, 그리고 외부 계단이 이 소박한 건물의 전부를 이룹니다. 역사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루파나레에는 두 층을 합쳐 총 10개의 방이 있었으며, 서비스 요금은 로마 화폐로 2~8아스(as) 정도로 당시 빵 한 덩이 값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벽화는 장식인가, '메뉴판'인가?

루파나레의 벽화는 폼페이에서 발굴된 프레스코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로 꼽힙니다. 다만 이 그림들이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만 했는지, 아니면 제공되는 '서비스'를 보여주는 일종의 '카탈로그' 역할을 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소재와 주제는 물론 노골적으로 에로틱(혹은 포르노그래픽이라 표현해야 할까요?)하기 때문에, 후자의 가설이 상당히 설득력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각 방 문 위에 그려진 그림이 해당 방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알려주는 안내판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학계에서 우세합니다. 또한 벽 곳곳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그래피티)가 발견되었는데, 여기에는 서비스에 대한 평가부터 애정 표현, 심지어 경기 승리 기념 문구까지 적혀 있어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대분화로 도시 전체가 화산재에 파묻히면서 루파나레도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곳을 통해 고대 로마 사회의 이면, 즉 웅장한 원형경기장과 목욕장 뒤에 숨겨져 있던 서민들의 삶과 성문화를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