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네로 황제의 머리카락, 아폴로를 닮고 싶었던 로마 황제

네로 황제의 머리카락, 아폴로를 닮고 싶었던 로마 황제

1951년 영화 『쿠오 바디스(Quo Vadis?)』에서 피터 유스티노프가 연기한 네로는 오랫동안 회자된 명연기로 기억됩니다. 화면 속 황제의 고리 모양으로 말린 머리카락은, 기이한 취미와 일탈적인 성향으로 유명했던 네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특징이었습니다.

정치보다 예술을 사랑한 황제

네로는 무엇보다 사치스러운 행동과 기이한 집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예술적 야망이었습니다.

네로는 정치보다 예술, 그중에서도 시(詩)를 무엇보다 사랑했습니다. 평생 동안 다양한 예술 분야에 도전하며 대중의 찬사를 갈구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진심 어린 감동이 아니라 아첨과 계산이 섞인 가짜 박수뿐이었습니다.

머리카락으로 드러낸 예술가적 취향

네로가 즐겨했던 헤어스타일 역시 이러한 취향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그는 당시의 통념보다 머리를 훨씬 길게 기르는 것을 즐겼으며, 때로는 비늘처럼 계단식으로 자른 고리 모양의 곱슬머리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헤어스타일이 절정에 달한 순간은 그리스 순방 때였습니다. 네로는 머리를 목덜미까지 기르며 리라(수금)를 연주하는 신상으로 유명한 '키타레도스 아폴로(Apollo Citharoedus)', 즉 음악의 신 아폴로를 직접 본뜰 만큼 예술가로서의 자기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습니다.

황제의 권력을 손에 쥐고도 무대 위 예술가의 박수를 더 열망했던 네로. 그의 머리카락에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 남자의 왜곡된 예술적 열망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