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서기 83년, 최초의 이탈리아 '펍'이 탄생하다

서기 83년, 최초의 이탈리아  펍 이 탄생하다

맥주는 고대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술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최초의 이탈리아 '펍' 역시 결코 농담이 아니라, 무려 서기 83년이라는 정확한 연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고대 로마 시대의 일입니다.

브리타니아에서 돌아온 총독, 아그리콜라

이 특별한 술집을 연 주인공은 바로 그나이우스 율리우스 아그리콜라(Gnaeus Julius Agricola)였습니다. 그는 오랜 세월 브리타니아 총독으로 재임한 뒤 로마로 귀환하는데, 이때 글레움(오늘날 영국 글로스터) 출신의 베테랑 양조사 세 명을 함께 데려왔습니다.

글레움은 당시 맥주가 오랫동안 큰 성공을 거두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도시였습니다. 아그리콜라는 이곳에서 축적된 양조 기술과 노하우를 그대로 들고 온 셈입니다. 그리고 로마에 다양한 방식으로 맥주를 맛볼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은 술집을 문을 열었으니, 이것이 바로 최초의 이탈리아 '펍'입니다.

고대 로마의 펍,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이 술집과 오늘날 우리가 아는 양조장 겸 펍 사이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지도, 특별히 크지도 않다는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양조한 맥주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는 현대 펍과 놀랄 만큼 비슷했습니다.

참고로 와인을 애용하던 로마인들에게 맥주는 원래 '야만인의 술'로 여겨지며 낯선 음료였지만, 브리타니아와 갈리아 같은 북방 속주에서는 이미 널리 마셔지던 일상적인 음료였습니다. 아그리콜라의 펍은 이러한 북부 속주의 문화를 로마 본토에 처음으로 소개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큽니다. 한 잔의 맥주를 통해 두 세계가 만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