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초상화
중세 시대, 속옷은 소수만의 전유물
오늘날 누구나 자연스럽게 입는 속옷(언더팬츠)이지만, 중세 시대 내내 이 의류는 결코 대중적인 것이 아니었다. 당시 속옷은 생리적·위생적인 필요에 따라 착용해야 했던 일부 남성과 여성에게만 허용된, 아주 제한적인 의복이었다.
그러나 16세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롭고 색다른 에로틱한 매력을 지닌 속옷이 등장했고, 이것이 당대 패션과 유행을 주도하던 궁정의 코르티잔(창부 계급 출신 명문 연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빠르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속옷 보급 프로젝트
바로 이 시기, 프랑스 왕비이자 궁정 패션의 총아였던 카테리나 데 메디치가 직접 나섰다. 그녀는 궁정의 모든 귀부인들이 속옷을 착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 이유는 실용적인 것이었다. 당시 여성들은 말을 탈 때 치맛자락 사이로 다리가 드러나 사적인 부위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는데, 속옷을 입으면 이런 우려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속옷은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결국 르네상스 시대 내내 속옷은 대체로 귀족 계급만이 입는 사치품으로 남게 되었다.
당시의 속옷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렇다면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속옷을 입었을까?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작고 몸에 딱 붙으며 활동성 좋은 형태와는 전혀 달랐다.
당시의 속옷은 오히려 무릎 부근까지 내려오는 꽤 긴 면 바지와 거의 흡사한 형태였다고 한다. 즉, 현대의 속옷보다는 긴 팬츠에 가까운, 지금의 기준에서는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