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왕 루이 14세
프랑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절대군주로 불리는 '태양왕' 루이 14세. 그러나 그의 일상에는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궁정 문화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기본 권리처럼 여겨지는 프라이버시. 하지만 17세기 유럽 궁정에서는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순간조차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어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알현이 곧 영광이던 시대
루이 14세 시대에는 왕이 몸의 자연스러운 일을 처리하는 동안에도 그의 앞에 들어가 알현하는 것이 오히려 특별한 영광으로 여겨졌습니다. 왕의 모든 순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왕의 총애를 받는다는 증거였으니까요.
물론 왕이 사용한 것은 오늘날의 평범하고 천민적인 변기가 아니었습니다. 왕실의 '좌석'은 값비싼 벨벳으로 장식된 캐비닛 형태로, 마욜리카 도기 트레이와 독서 및 집필을 위한 실용적인 테이블까지 갖춘 고급스러운 가구였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자연스러운 일에 이토록 화려한 분위기를 입힌 셈입니다.
변소에서 이루어진 국정과 발표
그렇다 해도 우리에게는 다소 기이하게 들리겠지만, 편안하게 '좌석'에 앉아 있는 동안 프랑스의 왕은 귀족 대표단, 각료, 하인들의 알현을 받곤 했습니다. 권력의 상징성이 그 무엇보다 강조되던 베르사유 궁정에서, 왕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임금의 은혜를 입는 귀중한 기회였던 것입니다.
당시의 예법과 검약의 기준이 지금과 얼마나 달랐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결혼 소식을 발표할 때도 바로 그 편안한 '구멍 난 안락의자', 즉 변소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발표했다고 전해집니다.
절대왕정의 정점에 서 있던 태양왕에게는 사적이고 공적인 경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곧 국가의 사무였던 시대, 화장실조차 권력을 과시하는 무대가 되었던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