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고원에 우뚝 서 있는 기자 대스핑크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기념물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거대한 석상에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나폴레옹 군대의 포탄이라는 통설
많은 사람들이 18세기 말 이집트에 원정을 온 나폴레옹의 병사들이 대포를 발사해 스핑크스의 코를 부쉈다고 믿고 있다. 이 이야기는 워낙 널리 퍼져 마치 확실한 사실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결정적인 반증 자료는 덴마크 탐험가 프레데릭 루이스 노르덴(Frederick Lewis Norden)이 1735년에 그린 스케치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그림 속 스핑크스는 이미 코가 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즉, 나폴레옹이 이집트에 도착한 1798년보다 수십 년 전부터 석상은 이미 훼손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진범은 누구인가?
그럼 대체 누가 스핑크스의 얼굴에 흉터를 남긴 것일까? 안타깝게도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훼손 시기를 중세, 대략 8세기에서 10세기 사이로 추정한다. 당시 무슬림들에게 스핑크스는 우상 숭배를 조장하는 신성모독적인 존재로 여겨졌고, 이에 분노한 이들이 석상의 코를 잘라냈다는 것이다.
1378년의 한 사건도 단서가 된다
흥미롭게도 후대의 기록도 참고할 만하다. 아랍 역사가 알마크리지(al-Maqrizi)의 기록에 따르면, 1378년 수피파 신학생 무함마드 사임 알다르(Muhammad Sa'im al-Dahr)가 우상 숭배를 막겠다며 스핑크스의 얼굴을 훼손했다가 처형당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는 스핑크스가 종교적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스핑크스의 코를 부순 '범인'은 단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 수천 년 세월 동안 바람과 모래, 그리고 사람들의 손길에 노출된 스핑크스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