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털루 전투에 나선 나폴레옹. 당시에는 조끼 아래로 손을 넣어 그려지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나폴레옹의 상징, '조끼 속의 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의 초상화를 떠올리면, 한쪽 손을 배 부근의 조끼 안에 넣은 채 서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그려진다. 수많은 회화와 판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장면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 자세는 '나폴레옹 포즈'라고 불린다.
필자 역시 이 포즈가 무슨 의미인지 몇 번이고 궁금해졌고, 직접 조사를 해보았다.
'위장 질환 때문이다'라는 설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황제가 평생 시달렸던 위장 장애 때문에 배를 감싸듯 손을 넣었다는 설이 있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 만성 위장 문제가 나폴레옹을 요절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초상화 속 포즈와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정답은 의외로 단순한 '유행 포즈'
진실은 훨씬 소박했다. 신경성 틱(tic)도, 극심한 통증도 아니었다. 다만 18세기부터 19세기 사이 초상화를 그릴 때 매우 흔했던 관습적인 포즈였을 뿐이다. 화가들은 이 자세가 인물에게 침착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부여한다고 여겼고, 피사체 역시 긴장감 없이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어 크게 유행했다.
고대 웅변술에서 유래한 제스처
이른바 '숨긴 손(hand-in-waistcoat)' 포즈는 고대 그리스·로마 연설가들이 사용하던 제스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격한 몸짓을 삼가고 절제된 태도로 말하는 것을 상징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지도자와 신사의 품격을 담아내는 초상화 구도로 자리 잡았다. 나폴레옹만이 아니라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당대의 많은 인물들도 같은 포즈로 그려졌다.
결국 나폴레옹의 상징처럼 보이는 이 자세는 개인의 특별한 사연이라기보다, 시대가 만들어낸 하나의 사진 촬영 전 포즈 유행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