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긴 유서는 언제 쓰였을까?
"역사상 가장 긴 유서(the longest suicide note in history)"라는 문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직역하면 마치 누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방대한 유서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표현이 가리키는 대상은 실제 유서가 아닙니다.
그 정체는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이 재치 있는 표현은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Daniel Defoe)가 쓴 소설 『요크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기이하고 놀라운 모험(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을 가리킵니다. 오늘날에는 줄여서 『로빈슨 크루소』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719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난파 후 무인도에 표류한 한 선원이 약 28년간 홀로 생존하며 겪은 모험을 극도로 상세하게 그려낸 장편 소설입니다. 주인공 크루소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일상의 세부 사항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어, 마치 한 사람이 자신의 삶 전체를 몇십 년에 걸쳐 꼼꼼히 적어 내려간 개인적 기록물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왜 '유서'라는 표현이 붙었을까?
"가장 긴 유서"라는 별명은 이 소설의 압도적인 분량과 집요할 정도로 자세한 1인칭 서술을 두고 나온 위트 있는 비유입니다. 한 인물의 고독한 삶과 내면을 끝없이 펼쳐 놓은 방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실제 유서와는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독특한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이죠.
참고로 『로빈슨 크루소』는 영문학史上 최초의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역사상 가장 긴 유서"는 비극적인 기록이 아니라, 문학사에 남은 한 걸작 소설을 가리키는 말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