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은 본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존재
해적이라 하면 흔히 검은 깃발을 올리고 바다를 누비며 약탈을 일삼는 무법자를 떠올립니다. 실제로 '해적'의 정의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규율에서 벗어난 자를 가리킵니다. 즉, 규칙을 따르는 것은 해적의 본질과 모순되는 셈입니다.
해적들은 강도, 살인, 납치와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는 아웃로(outlaw)였습니다. 그들에게 국가의 법률이나 국제 해양 규범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필요하면 언제든 무시하고 넘어갈 장애물에 불과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해적'이라는 역설
그렇다면 규칙을 성실히 따르는 해적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에서 규칙만을 따르는 해적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규칙을 엄격히 준수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해적이 아니라 평범한 선원이나 상선 요원일 테니까요.
다만 흥미로운 점은, 역사 속 해적들이 배 안에서는 나름의 질서와 규율을 유지했다는 사실입니다. 17~18세기 카리브해의 해적들은 '해적 코드(Pirate Code)'라 불리는 내부 규약을 만들어 전리품 분배 방식, 직무 분담, 분쟁 해결 절차 등을 정했습니다. 이는 외부 사회의 법을 거부하면서도, 집단 내부의 생존과 협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칙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결론
결국 해적에게 '규칙'이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만 임시로 차용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규칙을 완전히 따르는 순간 해적은 더 이상 해적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규칙을 따르는 해적'이라는 질문이 담고 있는 역설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