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0년, 오다 노부나가가 이시야마 혼간지를 항복시키며 길었던 혼간지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같은 해, 혼간지 공격을 맡았던 중신 사쿠마 노부모리 부자는 뚜렷한 공적 없이 추방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노부나가가 사쿠마 부자에게 보낸 것이 바로 19개조로 된 질책장입니다. 그 내용 일부를 현대어로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쿠마 노부모리 부자는 5년 동안 덴노지 진성에 머물며 혼간지 공격에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이 의심하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먼저 탄바국에서의 아케치 미츠히데의 무공은 눈부시다. 여러 나라를 공략한 하시바 히데요시의 활약 또한 따를 자가 없다. 이케다 츠네오키는 비록 신동이지만 하나쿠마 성을 순식간에 함락시켜 명성을 얻었다. 이들을 본받아 노부모리 역시 분발해 값싸게라도 일해야 한다.
나 시바타 카츠이에 역시 이런 소식을 듣고, 에치젠 한 국을 지닌 채 공이 없으면 나쁜 평판을 얻을까 염려되어 올봄 카가에 침공해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아케치 미츠히데를 높이 평가했던 오다 노부나가.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2년 후인 1582년 6월 2일, 미츠히데는 교토 혼노지에서 노부나가를 습격해 몰락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혼노지의 변'입니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왜 혼노지의 변을 일으켰는가
당시 오다 가문의 중신이었던 미츠히데는 하시바 히데요시 못지않게 순탄한 출세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는 대체 왜 반란을 일으켰을까요?
미츠히데의 반역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다양한 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 원한설
- 천하 야망설
- 히데요시 흑막설
- 이에야스 흑막설
- 요시아키 흑막설
- 조소카베 관련설
- 예수회 흑막설
- 조정 흑막설
- 센노 리큐 관련설
- 장래 비관에 의한 결행설
- 발작(질병)설
열거만 해도 이렇게나 많은 설이 존재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원한설
에도 시대부터 여러 차례 회자된 원한설에는 사실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 접대를 담당했을 때 노부나가에게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
- 야가미 성 공략 당시 어머니가 인질로 죽임을 당했다
등의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지만, 이 이야기들은 에도 시대에 소문으로 퍼진 것일 뿐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회 흑막설
“노부나가의 세력 확장은 예수회의 지원을 받았는데, 노부나가가 예수회와 손을 끊으려 하자 예수회가 자객으로 미츠히데를 보냈다”는 설입니다.
그러나 예수회의 연간 예산은 1581년 기준으로 고작 2000크루자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오다 가문의 재정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 예수회의 협력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미츠히데와 예수회 사이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없으며, 오히려 예수회 쪽이 미츠히데를 싫어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이 설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아시카가 요시아키 흑막설과 유력자 공범설
동기가 가장 분명해 보이는 설입니다. 그러나 모리 가문과 매우 밀접한 관계였던 요시아키가 이 시점에 미츠히데를 꾀었다면, 혼노지의 변 이후 모리 가문의 움직임과 크게 모순됩니다.
미츠히데가 혼노지의 변 이후 중심을 잡고 모리가 동시에 협력했다면 오다 가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실제로 모리는 방관했습니다.
또한 요시아키의 명령이라면 미츠히데가 각 다이묘에게 보낸 서신에 '쇼군의 명'이라는 문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편지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즉 그는 이 시점에서 막부의 명령으로 노부나가를 토벌한다는 명분을 얻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같은 이유로 조정 흑막설과 각 유력자의 공모설도 부정됩니다. 행동이 계획적이었다면 이를 명분으로 삼지 않을 이유가 없고, 하시바 히데요시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손잡았다면 각 다이묘에게 그 취지를 알릴 테니까요.
그 외에 조소카베 관련설과 센노 리큐설 등도 있지만, 어느 것도 개연성이 높지 않습니다.
아케치 미츠히데의 단독 범행설
이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이 미츠히데의 단독 범행설입니다.
천하 야망은 전국 무인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품고 있는 것이므로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급 지식인이었던 미츠히데가 명분 없이 주군에게 반역해 천하를 빼앗으려 했다는 것은 의문스럽습니다.
명분의 관점에서 보면, 대의명분 없이 반란을 일으켜 여러 다이묘의 지지를 얻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분명하며, 그 행위 자체가 미츠히데의 신념에 어긋나지 않았을까요?
만약 진심으로 천하를 노렸다면, 노부나가 측 유력 인사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교토를 봉쇄하고, 혼노지 공격과 동시에 묘각사에 머물던 적장자 오다 노부타다를 토벌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미츠히데 같은 무장이 그런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을 리 없으므로, 그의 목표는 오직 노부나가를 완전히 쓰러뜨리는 것뿐이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천하 야망설은 힘을 잃습니다. 아케치 미츠히데의 목표는 노부나가 단 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래에 대한 비관과 절박함에서 나온 범행이었을까요? 아니면 발작(질병)으로 인한 범행이었을까요?
미츠히데가 노부나가를 쓰러뜨린 동기에 대한 흥미로운 설이 하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