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역사

전쟁 전 일본은 미국에 더 가까운 자유 사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이라고 하면, 현대의 우리는 무심코 '자유 없는 군국주의'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전후의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세대에게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연 전쟁 전의 일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숨 막히는 나라였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쟁 전과 후의 일본이 어떻게 달랐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쟁 전후의 노동 방식

현재 일본 기업의 고용 제도는 기본적으로 종신 고용입니다. 하지만 전쟁 전 일본에서는 미국 사회처럼 이직하는 사람이 많았고, 고용 유동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1920년 일본 공장 노동자의 이직률은 무려 약 80%에 달했습니다. 이 시기 노동자들은 기술이 익숙해질수록 처우가 더 좋은 회사로 옮겨 갔습니다.

또한 다이쇼 시대부터 쇼와 시대 초기까지는 직원을 해고하기 쉬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높은 고용 유동성 탓에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체계나 퇴직금 제도 등 다양한 복지를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1929년 세계 대공황 당시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높은 고용 유동성을 의식해, 해고 없이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기업들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정부는 종업원 채용 제한령과 임금 통제령을 내려 노동자의 노동 방식을 규제하고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정부 정책이 훗날 일본 전역에 종신 고용과 같은 노동 관행을 확산시킨 것입니다.

즉, 일본 특유의 것으로 여겨지는 종신 고용이라는 노동 관행은 사실 전쟁 중에 만들어져 전후에 정착한 제도입니다. 그 이전까지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이직률이 가장 높았고, 미국과 같은 자유로운 사회였던 셈입니다.

전쟁 전의 '상식'

노동 방식을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당시 서민들의 생생한 감각을 알고 싶다면, 그 시절 팔리던 잡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1924년에 창간된 인기 잡지 『킹(King)』은 당시 발행 부수가 140만 부에 달하는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그런데 『킹』에는 군사 관련 기사가 거의 실리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2·26 사건(1936년 발생한 쿠데타 미수 사건)조차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1936년 5월 1일자 호에서야 겨우 짧게 언급될 정도였습니다. 쿠데타 자체가 사흘 만에 진압되었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는 지나가는 소동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당시 일본이 진정 군국주의적이고 자유가 없는 나라였다면, 이런 정치적 사건이 이토록 가볍게 다뤄질 리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당시 일본이 자유가 존재하는 사회였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전쟁 전의 병원은 주식회사

1880년대까지 일본에는 200개가 넘는 공립병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병원들이 하나둘 폐쇄되면서 1930년에는 약 80개만 남게 됩니다. 반면 민간 병원은 1888년 339개에 불과했지만, 1936년에는 3000개를 넘어섰습니다.

병원 운영은 주식회사 형태가 중심이었고, 전쟁 전 시립병원의 의료비는 자유 가격이었으며, 현대 미국처럼 본인 부담 의료 체제였습니다. 공립병원 수가 다시 늘어난 것은 중일전쟁으로 부상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며, 국가가 의료를 통제하게 된 것 역시 전시 통제 사회의 영향입니다.

전쟁 전 일본 사회는 미국에 더 가까웠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전쟁 전 일본은 현대 사회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자조(自助)와 노력의 정신이 강했으며, 미국에 훨씬 가까운 나라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 전 일본과 비교하면, 전후 일본은 흔히 '사회주의 국가'라고 표현되곤 하는데, 결코 틀린 말이 아닌 듯합니다. 오늘날 상식처럼 여겨지는 제도 대부분은 지난 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는 사실상 평시에도 비상시와 같은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은 자유가 억제된 군국주의 아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헤이세이 시대가 끝나고 레이와 시대가 열린 지금, 역사에서 배워 일본을 더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