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역사

시신을 지워버린 미국 우표,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하면서, 1910년부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한반도는 38도선을 경계로 분단되었습니다.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각각 점령하게 된 것입니다. 고조되던 긴장감은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으로 폭발했고, 미국은 유엔(UN)의 승인 아래 동맹군을 이끌며 북한군을 몰아내기 위해 나섰습니다.

시신을 지워버린 미국 우표,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

전쟁의 침묵하는 목격자, 데이비드 더글러스 덩컨

1950년 9월 4일, 오키나와 전투와 미주리호(USS Missouri) 함상에서 열린 일본의 항복식을 취재했던 미국의 종군사진기자 데이비드 더글러스 덩컨(David Douglas Duncan)은 한국전쟁 취재를 위해 해병대 제5연대에 합류했습니다. 그의 카메라가 포착한 사진들은 당시 전쟁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낸 침묵하는 목격자가 되었습니다.

이듬해인 1951년, 덩컨은 한국전쟁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엮은 사진집 『디스 이즈 워!(This is War!)』를 출간했습니다. 특별했던 점은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이 전쟁으로 전사한 해병대원들의 유족과 어린 자녀들에게 기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전쟁 취재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향한 책임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시신을 지워버린 미국 우표,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

우표에서 사라진 전사자들

그로부터 수년 뒤,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덩컨의 사진 중 하나—산악 고개를 오르는 병력들의 행렬을 담은 그 유명한 컷—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코리아 베테랑스(Korea Veterans) 기념 22센트 우표 도안으로 채택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본과는 다른 '작은' 수정이 가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산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전사자들이 통째로 지워져 버린 것입니다.

당사자였던 덩컨은 이 수정에 분노하며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죽음 없는 전쟁, 즉 희생자 없이 멋들어지게 포장된 전쟁의 서사를 팔려는 위선적인 조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참전 용사를 기리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우표가 정작 그 전쟁의 대가인 전사자들을 화면 밖으로 내치게 된 것은, 전쟁의 실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