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한 관계', 즉 르윈스키 스캔들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 경제를 황금기로 이끈 '신경제(New Economy)'의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빌 클린턴
빌 클린턴은 1946년 아칸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빌(Bill)'은 별명일 뿐, 본명은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William Jefferson Clinton)입니다. 지미 카터의 본명이 제임스 얼 카터인 것과 같은 이치죠.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입니다.
클린턴의 친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로저 클린턴(Roger Clinton)이라는 남성과 재혼했습니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상당히 힘든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4년 조지타운 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재학 중 플브라이트 상원의원 밑에서 일했고, 졸업 후에는 백악관 인턴으로 발탁됩니다.
이 시기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2년간 수학했으며, 귀국 후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해 훗날 아내가 되는 힐러리를 만났습니다. 졸업 후에는 아칸소 대학교 로스쿨에서 교편을 잡았고, 1978년에는 불과 32세의 젊은 나이로 아칸소주 주지사에 당선되며 정치 인생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주지사직을 역임했습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승리하며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미국의 제42대 대통령

민주당 소속인 그는 지미 카터 이후 20년 만에 등장한 민주당 대통령이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경제 분야입니다. 그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재정을 흑자로 돌려세웠습니다.
미국의 핵심 산업을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에서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한 첨단 기술·IT 산업 중심으로 전환해 호황을 이끌었고,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후 최고의 호황으로 평가받습니다.
2000년에는 무려 2,000억 달러의 재정 흑자를 달성했으며, 이민자 대상 영어 교육 강화와 달러 신용도 회복 정책도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통칭 '신경제(New Economy)'라 불립니다.
외교 분야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해방기구(PLO)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서, 끝없이 이어지던 팔레스타인 분쟁에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팔레스타인 임시정부 수립까지 실현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1995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암살되면서 평화 프로세스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극동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20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하며 명실상부하게 베트남 전쟁의 종식을 완성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무정부 상태에 빠진 소말리아에 미군을 파병했지만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병사들의 희생 속에 철수해야 했습니다. 이후 소말리아 내전은 더욱 격화되어 늪처럼 깊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외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레이건과 부시 시대를 경험한 미국인들에게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었기 때문에, 이번 실패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도 발효되었습니다. 참여국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였는데, 멕시코 내에서는 큰 반발이 일어나 급진파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무장 봉기하기도 했습니다.
NAFTA는 멕시코 경제를 파괴했다는 평가도 받으며, 그 결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처럼 내정에서는 민주당 정부다운 실속 있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외교에서는 실책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종합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모니카 루윈스키라는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그는 남북전쟁 이후 앤드루 존슨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결국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들은 모두 세상에 알려지고 말았습니다...
빌 클린턴에 대한 개인적 평가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클린턴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집니다.
대통령이 된 어느 날, 클린턴은 힐러리와 함께 한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바로 힐러리의 옛 연인이었다고 합니다. 클린턴은 힐러리에게 말했습니다. "나랑 결혼해서 다행이지? 그랬더니 네가 퍼스트 레이디가 될 수 있었잖아."
이에 힐러리는 이렇게 대꾸했다고 합니다.
"아니요, 내가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대통령이 된 건 저 사람이었을걸요."
이 이야기가 진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빌 클린턴이라는 인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