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적인 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 섬. 하지만 강철과 콘크리트로 뒤덮이기 전 이 땅의 진짜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정답은 바로 레나페(Lenape) 족,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입니다.
수천 년간 맨해튼에 살았던 레나페 족
레나페 족은 알곤킨어족(Algonquian)에 속한 원주민으로, 현재의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동부, 델라웨어, 뉴욕 남부 일대에 걸친 광대한 지역을 고향으로 삼았습니다. 그들은 맨해튼 섬에서 수천 년 동안 살아며 수렵, 어업, 농경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삶을 영위했습니다. 하드슨강과 대서양이 제공하는 풍부한 자원 덕분에 이들은 안정적으로 정착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많은 언덕의 섬', 마나하타
흥미롭게도 '맨해튼(Manhattan)'이라는 이름 자체가 레나페 족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들은 이 섬을 '마나하타(Mannahatta)', 즉 "많은 언덕이 있는 섬"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만 해도 맨해튼은 숲과 언덕, 습지가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지닌 땅이었던 것입니다.
유럽인들이 기억한 '평화로운 조상 같은 부족'
레나페 족은 무력 충돌보다 협상과 공존을 중시하는 평화로운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인 탐험가들과 접촉했을 때도 비교적 관용적이고 후한 태도로 맞이했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이들을 '할아버지처럼 지혜롭고 다정한 부족(grandfatherly tribe)'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인에게 팔린 맨해튼, 새로운 역사의 시작
1626년, 네덜란드 서인도회사의 피터 미누이트(Peter Minuit)가 이끄는 무리는 레나페 족으로부터 맨해튼 섬을 구입했습니다. 당시 교환된 천과 도구 등 물품의 가치는 약 60길더로 전해지며, 이는 오늘날 '24달러에 산 섬'이라는 유명한 일화로 회자됩니다. 이 거래를 계기로 뉴암스테르담이 건설되었고, 맨해튼은 본격적인 식민 도시이자 상업 중심지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레나페의 흔적
레나페 족은 이후 질병, 전쟁, 강제 이주로 인해 고향에서 밀려나야 했지만, 그들의 유산은 여전히 이 지역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맨해튼이라는 지명을 비롯해 록어웨이(Rockaway), 핵켄색(Hackensack), 라리탄(Raritan) 등 뉴욕·뉴저지 일대의 많은 지명이 레나페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거대한 도시의 화려함 뒤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원주민의 발자취가 깊이 새겨져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