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술법 중 하나, '트레파네이션(Trepanation)'. 약 2,400년 전 고대 페루인들은 편두통, 동맹류, 심한 두통 같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이 정교한 두개골 수술을 시행했으며, 그 놀라운 성과는 오늘날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글: Suriel Chacon

법의인류학자이자 연구자인 존 베라노(John Verano)는 전문 경력 전반에 걸쳐 두개골 천공술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페루인의 두개골 800개 이상을 직접 보고, 연구하고, 분석했습니다. 잉카 이전 문명을 이룬 고대 페루인들의 조상 지식에 기반한 이 의료 행위는, 고대 아메리카 전역의 미라와 해골을 연구하는 베라노에게 인간 희생, 전쟁 상처, 당시 시대의 질병에 얽힌 비밀을 해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어 줍니다.
마추픽추를 발견한 예일대 탐험대가 마주친 '수수께끼의 해골'
베라노는 100년 전 세계의 경이로움으로 불린 마추픽추를 발견해 세상에 알린 예일대 탐험대 역시 신비로운 발견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탐험대 일원들이 미라 발굴을 위해 동굴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극히 이질적인 잉카의 해골과 마주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완벽한 원형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 5개의 균일한 구멍이 뚫린 두개골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양한 탐험대가 페루 전역의 수많은 동굴을 합법적·비합법적으로 조사하며 해골과 미라를 발굴하고, 고대 페루인의 두개골에 가해진 이 외과적 개입에 대한 평가와 연구를 이어 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발견은 오히려 더 많은 미스터리를 낳았고, 추가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이상 영영 풀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연구자 베라노는 다른 전문가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할 자료와 증거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2002년, 그와 동료들은 해발 11,000피트(약 3,350m)에 자리한 쿠스코 시의 박물관을 방문해 처음으로 일부 대상 두개골을 직접 볼 수 있었고, 이 방문을 통해 유명한 의료 사례로 수술을 받은 고대 페루인의 두개골을 분석·연구·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CNN의 존 보니필드(John Bonifield)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분석 대상 두개골 62개 중 41개에는 구멍이 1개, 21개에는 구멍이 2~3개 있었습니다.

반면 3~4개의 큰 구멍이 있는 두개골은 문화와 문화가 충돌했던 피비린내 나는 정복 전쟁, 곧 '남겨진' 무형의 유산을 말해 줍니다. 이 균열들은 스페인의 검과 세이버가 도래하기 전까지 고대 전쟁 무기가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증명합니다.
베라노의 분석을 읽다 보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 전문 지식의 초기 단계에서 치유자들은 부상자를 긴급하게 치료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수술을 감행했고, 오랜 경험 축적 끝에 의료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치료 대상은 대개 전장에서 머리를 다친 전사들이었습니다.
“두개골에 구멍이 뚫린 경우가 많고, 바로 옆으로 골절선이 뻗어 있습니다.” 실제로 한 남성은 돌칼로 두개골 왼쪽 상단 전체를 긁어냈는데, 이 수술은 약 2,4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시행된 수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누군가 상처를 깨끗이 닦아내고 환자를 세심하게 진찰합니다. 골절이나 뼛조각이 발견되면 그것을 조심스럽게 제거할 수 있었지요.”라고 베라노는 말했습니다.

초기 생존율 40% → 잉카 시대 80%, 동시대 유럽을 뛰어넘은 안데스 의학
이 수술은 초기에는 40%의 생존율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잉카인들은 술기를 갈고닦아 놀라운 80%의 생존율에 도달했습니다. 반면 700~500년 전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금속 탐침과 드릴로 같은 유형의 수술이 시행되었고, 히포크라테스 역시 두부 골절 치료를 위한 매뉴얼을 저술했습니다.
“그 후 2,000년 동안 안데스의 외과 치유자들은 혈전 제거나 부종 감소를 위해 부상자의 머리를 긁고, 자르고, 뚫으며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이 관행을 트레파네이션이라 부릅니다.”
“500~700년 전 잉카 시대 어느 시점에 이르러 가장 진보되고 일관된 기술로 80%의 생존율을 달성했습니다. 두부 손상에 대한 이런 매우 직접적인 접근 방식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지요.” 베라노는 말합니다. “의심할 여부 없이, 아주 최근까지 신경외과만큼 좋거나 오히려 더 나았습니다.”
그러나 이 정통 의료 행위는 스페인이 잉카 문화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면서 곧바로 사라졌고, 수천 년을 이어 온 전통 의학은 막을 내렸습니다.
트레파네이션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 학자들의 가설
특히 현재 수도 리마 남쪽에서 번성했던 파라카스 문명의 두개골 천공술은 수수께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일부 역사가와 전문가들은 이 외과적 개입의 목적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합니다.
1) 산소 공급 또는 혈류 개선
2) 더 많은 지혜와 지능의 추구
다만 두 가설 모두 설득력이 크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여기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두개골에 남은 다양한 구멍(4, 5, 6, 7개)의 의미를 두고 25년 넘게 트레파네이션을 연구해 온 베라노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두통이나 현기증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증거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트레파네이션이 일종의 '고대 아스피린'이었을 수 있다고 추론합니다.
[출처: edition.cnn.com, yale.edu, Harvard University Press │ 표지 사진: Harva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