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의 역사

잉카 종교의 세계: 주요 신들과 건국 신화, 그리고 다섯 번째 태양

잉카 종교는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 종교와 마찬가지로 신들을 자연 속의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여러 신을 섬기는 다신교적 신앙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잉카인들은 세계 거의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듯, 자기 민족의 기원에 관한 창세 신화도 함께 지니고 있었습니다.

잉카 종교의 주요 신은 누구일까?

문화신으로서의 성격까지 지닌 창조신은 바로 비라코차(Viracocha)입니다. 그는 '하늘의 노인', '세상의 주인이자 지배자'로 불렸습니다. 대지와 동물, 인간을 창조했고 만물의 소유자였기에, 잉카인들은 제물이나 공물 없이도 그를 숭배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비라코차는 인간을 창조했다가 파괴한 뒤, 돌에서 다시 인간을 빚어내 네 방향으로 흩어놓았습니다. 문화 영웅으로서 인간에게 다양한 기술과 기능을 가르쳤으며, 여러 차례의 여정 끝에 에콰도르의 만타에 이르러 태평양을 건넜다고 전해집니다. 한 판본에서는 자신의 망토로 만든 배를 탔다고 하고, 또 다른 판본에서는 물 위를 걸어갔다고 말합니다.

태양신 인티(Inti)는 왕가의 수호신이었습니다. 그의 따스한 열기는 안데스의 땅을 비옥하게 하고 식물이 무성히 자라도록 했습니다. 인티는 빛나는 원반 위에 인간의 얼굴을 둔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동지에는 태양 축제인 '인티 라이미(Inti Raymi)'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은 제물을 태우는 큰 모닥불을 피웠고, 여기에 코카 잎과 옥수수를 바쳤습니다. 축제가 끝나면 사람들은 외쳤습니다.

"오 창조주여, 태양과 천둥이여, 언제나 젊음을 유지하소서! 백성을 번창하게 하소서! 평화 속에 살게 하소서!"

잉카 종교의 세계: 주요 신들과 건국 신화, 그리고 다섯 번째 태양

인티의 아내는 달의 어머니 마마 킬야(Mama-Kilya)로, 여성들의 월경 주기를 관장하는 존재였습니다.
비의 신 아푸 일라푸(Apu Illapu)는 농업의 신이기도 했습니다. 건기가 되면 사람들은 높은 지대에 세워진 일라푸의 신전으로 순례를 떠났고, 가뭄이 극심하게 이어지면 인신공양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잉카인들은 은하수 속에 일라푸의 그림자가 있다고 믿었으며,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비가 되어 지상에 내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밖에 중요한 신으로는 눈에 보이는 세계, 곧 산과 바위, 평원의 여주인인 대지의 어머니 파차마마(Pachamama)와, 곡물·동물·새·인간 등 모든 것의 생장을 이끄는 영혼인 파차카마크(Pachacámac)가 있습니다.

잉카 종교의 세계: 주요 신들과 건국 신화, 그리고 다섯 번째 태양

잉카의 건국 신화

아득한 옛날, 우주의 창조자 비라코차는 두 자녀에게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바로 달의 딸 마마 오클료(Mama Oclo)와 태양의 아들 망코 카파크(Manco Capac)입니다. 비라코차는 이들을 티티카카 호에 있는 달의 섬과 태양의 섬에 각각 내려보냈고, 두 사람은 제국을 세울 장소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두 사람이 지금의 쿠스코가 있는 안데스 고원 지대에 도착했을 때, 망코 카파크는 지팡이를 땅에 꽂았습니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며 지팡이를 삼켰고, 그는 그곳을 '쿠스코(Cuzco)', 즉 '세계의 배꼽'이라 불렀습니다. 이곳은 오랫동안 잉카 제국의 수도로 여겨졌으며, 제국의 역사적인 요새들이 자리한 곳이기도 합니다.

쿠스코 시는 퓨마의 형상을 닮도록 건설되었고, 그 머리 부분에는 사사와망(Sacsahuaman) 요새가 위치했습니다. 이 지역은 수수께끼로 가득한데, 그중 하나가 쿠스코와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Kkoricancha)(오늘날 산토 도밍고 성당이 서 있는 자리)를 잇는 지하 터널입니다.

뿐만 아니라, 잉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타왈파(Atahualpa)의 머리가 쿠스코에 매장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 목적은 시간이 흐르면 대지가 그의 몸을 다시 이루어, 유럽인들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던 한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자들의 손아귀에서 제국을 해방하기 위해 그가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잉카 종교의 세계: 주요 신들과 건국 신화, 그리고 다섯 번째 태양

전설의 또 다른 판본에서는 대홍수 이후 단 한 남자와 한 여자만 살아남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바로 마마 오클료와 망코 카파크입니다. 두 사람은 토토라 갈대로 엮은 뗏목을 타고 티티카카 호 기슭으로 떠밀려 왔고, 새로 살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안데스 고원 지대에 도착하자 망코 카파크는 지팡이를 땅에 꽂고 그곳을 '쿠스코(세계의 배꼽)'라 불렀으며, 이때부터 찬란한 잉카 제국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태양과 파차쿠티

잉카인들은 자신들이 다섯 번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전의 각 세계는 천 년씩 지속되었고, 천 년이 지날 때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며 세월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두 시대 사이의 전환점에는 파차쿠티(Pachacuti), 즉 '세계의 뒤집힘'이 찾아온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는 위대한 변혁의 시간이자 파괴와 황폐, 그리고 재건의 시간을 뜻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잉카인들은 스페인의 침입과 정복을 파차쿠티의 실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러한 시간관은 기독교의 종말론, 즉 성경의 최후의 심판 개념과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다만 성경에서는 그것이 미래의 일로 인식되는 반면, 잉카인들에게 파차쿠티는 바로 그 순간 진행 중이며 새로운 태양의 귀환과 함께 끝날 것으로 여겨졌다는 점이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