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의 역사

제임스 1세는 왜 월터 롤리 경을 처형했을까?

즉위 직후의 처형은 아니었다

흔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은 제임스 1세가 즉위하자마자 처형된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임스 1세는 1603년 왕위에 오른 직후 롤리의 목숨을 건져주었고, 롤리는 이후 오랫동안 궁정에서 나름의 지위를 유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늘 원만했던 것은 아닙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총신이었던 롤리는 새 왕에게 깊은 신뢰를 받지 못했고, 1603년에는 반역 음모에 연루되어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임스 1세는 형의 집행을 유예했고, 롤리는 런던탑에서 긴 세월을 보내며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운명을 바꾼 엘도라도 원정

결정적인 전환점은 1616년 찾아왔습니다. 롤리는 전설 속 황금 도시 엘도라도(El Dorado)를 찾기 위한 남아메리카 원정을 주도할 허가를 받고 석방됩니다. 그러나 당시 잉글랜드는 스페인과의 충돌을 피하려 하고 있었기에, 제임스 1세는 스페인의 영토나 선박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분명히 밟혔습니다.

그럼에도 롤리의 부하들은 1617~1618년 원정 과정에서 스페인령 기아나의 산토메(Santo Tomé)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롤리의 아들 와트(Wat)마저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소식을 접한 스페인 대사는 강하게 항의했고, 국왕의 명령을 거스른 죄를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게 됩니다.

1618년, 유예됐던 사형 선고의 집행

결국 제임스 1세는 1603년에 유예해 두었던 사형 선고를 다시 집행하기로 결정합니다. 1618년 10월, 월터 롤리 경은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올드 팔리스 야드(Old Palace Yard)에서 처형당했습니다. 요컨대 롤리의 비극적인 최후는 단순한 정치적 숙청이 아니라, 국왕의 명령에 정면으로 반발한 엘도라도 원정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