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없었다: 역사적 사실과 통념의 차이
흔히 알려진 통념과 달리, 독일 제국 해군의 티르피츠 뒤를 이어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헨닝 폰 홀첸도르프(Henning von Holtzendorff) 제독은 빌헬름 2세(윌리엄 2세)에게 "미국인 한 명도 유럽 대륙에 상륙하지 못할 것"이라는 약속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후대에 과장되거나 왜곡되며 퍼진 것입니다.
그가 실제로 말한 것
오히려 홀첸도르프 제독의 입장은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황제에게 미국이 결국 연합국(협상국) 측에 서서 전쟁에 참전할 것이라고 명확히 전했습니다. 다만 그의 계산은 이랬습니다. 미국이 참전하더라도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영국을 먼저 굴복시키면, 대서양을 건너오는 미군이 전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1916년 각서와 무제한 잠수함 작전
1916년 12월 홀첸도르프가 제출한 유명한 각서는 독일이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승인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 각서에서 미국의 참전 가능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잠수함 봉쇄가 몇 달 안에 영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미국이 전쟁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 아니라, 끼어들기 전에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 논리였던 셈입니다.
결론
따라서 "미국인 한 명도 대륙에 상륙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은 홀첸도르프 제독이 한 것이 아니라, 그의 판단이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화·왜곡된 형태로 전해진 것입니다. 그의 실제 견해는 미국의 참전을 예상하면서도 그것이 전쟁 결과를 바꾸기 전에 영국을 항복시킬 수 있다는, 보다 신중하고 계산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