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전, 하노버 박람회는 '수출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전문 박람회로 발전한 이 성공 스토리의 시초에는 의외로 생선 샌드위치, 즉 '피시 롤'이 숨어 있습니다.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피시 롤과 함께 시작된 수출 박람회
미국 대통령의 하노버 방문, CeBIT를 비롯한 수많은 방문객의 행렬… 지난 수십 년간 Deutsche Messe AG의 헤드라인을 장식해 온 순간들이 많지만, 그 역사의 시작점에서 사람들이 입에 올리던 것은 의외로 피시 롤이었습니다. 1947년 '수출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첫 하노버 박람회에서는 입장권 구매자에게 생선 샌드위치와 '박람회 와인' 한 잔이 제공됐고, 가격은 단돈 3독일 마르크였습니다. 바로 여기서 성공 신화가 시작됐습니다.
뉴욕으로 이어진 전화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폐허가 되었지만, 세계 경제 질서로의 재편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국 점령군의 주도로 하노버의 전시 업체들은 1947년 처음으로 자사 제품을 세계에 선보였습니다. 초기 규모는 5개 홀, 약 3만 제곱미터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1일간 열린 박람회에는 53개국에서 약 73만 6,000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고, 총 1,934건의 수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계약 규모는 무려 31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후 박람회는 빠르게 성장하며 국제화의 길을 걸었는데, 1948년에는 뉴욕으로 이어지는 직통 전화가 개설됐고, 1950년부터는 10개국의 해외 제조업체가 참가했습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1번 전시홀
1960년대 초, 박람회 명칭은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로 공식 변경됐습니다. 동시에 사무·정보기술 중심의 전문 박람회를 거치며 훗날 세계 최대 IT 박람회로 자리매김할 CeBIT의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1970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새로운 1번 홀로 확장 이전했으며, 1986년 CeBIT는 마침내 독립적인 행사로 분리됐습니다.
경제 위기의 시련
그러나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유가 충격을 비롯한 경제 위기가 박람회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1975년 하노버 박람회에서는 두 개 홀이 비었고, 1978년에는 빈 홀이 네 개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박람회는 1970년대 들어 29개 주제 분야에서 10개 전문 박람회가 동시에 열리는 '박람회 속의 박람회' 형태로 개편됐으며, LIGNA 목재 박람회 같은 독립 행사도 별도로 개최되기 시작했습니다.
EXPO 2000 유치와 새로운 도약
1990년, 오늘날의 전시장 모습을 결정짓는 선택이 이뤄졌습니다. 하노버가 EXPO 2000 유치에 성공하면서 부지와 교통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CeBIT는 호조를 이어가 2002년에는 86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방문객의 관심은 꾸준히 줄어들었고,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 끝에 2018년 11월 독립 컴퓨터 박람회로서의 CeBIT 종료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후 Messe AG는 현재 회사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하노버 방문
최근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2016년입니다. 미국이 하노버 산업 박람회의 파트너국으로 선정되면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을 타고 하노버를 찾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CDU)와 함께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장면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습니다. 다만 그가 피시 롤을 맛봤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코로나19 위기, 그리고 디지털 전환
몇 년 뒤 코로나19 팬데믹은 업계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겼습니다. 2020년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는 완전히 취소됐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행사 전체가 온라인으로 전환됐습니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박람회 총괄 요헨 쾨클러(Jochen Köckler)에 따르면 9만 명이 디지털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1,800개 참가 업체는 잠재 바이어에게 제품을 선보일 소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후 디지털 요소는 계속 유지되며, 하노버 메세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박람회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림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