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엘프하우젠(Elbchaussee)의 고전적인 '슈뢰더 빌라(Villa Schröder)' 주변으로 뮌헨의 건축가 알렉산더 폰 브란카(Alexander von Branca) 팀이 설계한 웅장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약 5,300제곱미터 규모의 신청사는 4년간 1억 2,300만 유로의 예산으로 함부르크 니엔슈테텐(Nienstedten) 지구에 완공되었다. 2000년 7월 3일 열린 공식 개관식에서는 당시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재판소장 찬드라세카라 라오(Chandrasekhara Rao) 및 재판관들에게 열쇠가 전달되었다. 이로써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4년간의 임시 청사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독자적인 업무 공간을 갖게 되었다.
ITLOS: 바다 위와 바다 아래의 분쟁을 심판하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는 바다로 덮여 있다. 당연히 그곳에서도 법적 분쟁은 발생한다. 국제해양법재판소(ISGH/ITLOS)는 바로 이러한 해양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2006년까지 뉴욕에 본부를 둔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ITLOS를 "국제 평화와 안보 체제의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ITLOS 판결의 근거는 9년간의 협상 끝에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다.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바다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해양 자원 이용을 원했고, 어장과 석유 채굴 구역을 확대하면서 분쟁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1981년부터 함부르크에 자리 잡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와 독일 외무장관 클라우스 킨켈은 1996년 10월 18일 함부르크 시청에서 열린 재판관 선서식에 참석했다.
1981년 8월 21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해양법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함부르크를 해양법재판소 소재지로 합의했다.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 후 2년이 더 지나 1996년 10월 1일, 한자 도시 함부르크에서 재판소 업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시내 중심가의 사무 빌딩을 임시 청사로 사용하다가 2000년 엘베 강변의 신청사로 이전했다. 2000년 가을부터 최신 시설을 갖춘 니엔슈테텐 지구의 신청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며, 비용은 연방정부가 80%, 함부르크 시가 20%를 부담했다. 소장과 약 35명의 직원은 상주하지만, 나머지 재판관들은 주로 변론 기일에만 함부르크를 찾는다.
첫 번째 사건: 'MS 사이가(Saiga)' 호
재판소는 1997년 첫 사건을 접수했다. 서아프리카 기니가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선적의 유조선 'MS 사이가' 호를 해적 행위로 나포한 사건이다. 기니는 해당 선박이 자국 어선에 기름을 팔아 자국 관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선박은 총 80일간 억류되었다. 1999년 ITLOS는 기니의 행위가 "과도하고 부적절했다"며 거액의 벌금을 선고했다.
해양 경계 분쟁: 미얀마 vs 방글라데시
2009년 12월부터 2년 넘게 진행된 벵골만에서의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 해양 경계 획정 소송은 세기의 재판이었다. 2012년 3월 선고된 판결은 양국 모두에 의해 인정되고 정확하게 이행되었으며, 외교적·군사적 대치로 이어지던 수년간의 갈등을 종식시켰다.
'북극의 해돋이(Arctic Sunrise)' 호: 러시아의 초기 불복
네덜란드 선적의 그린피스 소속 '북극의 해돋이' 호가 2013년 9월 북해에서 석유 시추 플랫폼 점거를 시도하다 러시아에 나포되고 승무원이 체포되면서 네덜란드와 러시아 간 분쟁으로 비화했다. 러시아는 자국 영해 내였다고 주장했으나 그린피스는 이를 부인했다. 2013년 11월 ITLOS는 선박 인도와 보석금 납부 후 승무원 석방을 명령했다. 러시아는 처음에는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결국 승무원은 풀려났고 선박도 2014년 7월 러시아를 떠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온 21인의 재판관
균형 잡힌 시각과 다양성을 위해 21명의 재판관이 5개 대륙을 대표한다. 현재 168개 당사국이 9년 임기로 선출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 5명, 중남미와 서유럽 각 4명, 동유럽 3명으로 구성된다. 3년마다 뉴욕 유엔 본부에서 3분의 1씩 교체 선출한다. 2017년에는 한국의 백진현 재판관이 재판관들의 호선으로 소장에 취임했으며, 3년 임기는 2020년 9월 말 종료되었다. 역대 소장 중 재선에 도전한 경우는 없다.
구속력 있는 판결, 그러나 강제력은 유엔에
국가, 국제기구, 기업, 개인이 재판소에 제소하면 그 판결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다만 ITLOS 자체에 판결을 강제 집행할 기구는 없다. 줄리아 리터(Julia Ritter) 재판소 대변인은 "역사적으로 국제법원 판결은 국가들에 의해 대체로 이행되어 왔다"며 "해양법재판소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모든 결정이 최종적으로 수용되었다"고 설명한다. 분쟁 당사자는 ITLOS 외에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으나, 심해저 채굴 관련 분쟁은 ITLOS의 전속 관할이다.
전문 분야별 특별 재판부 운영
현재까지 29건의 사건을 심리했으며(2건 계류 중), 심해저 채굴, 어업, 해양 환경, 해양 경계 획정 등 전문 분야별로 특별 재판부를 둔다.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을 가진 재판관들이 배정되며, 당사국 합의로 별도의 임시 재판부(ad hoc chamber)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때 당사국이 지명한 임시 재판관(ad hoc judge)도 참여할 수 있다.
긴급 절차 감소, 복잡한 본안 사건 증가
초기에는 선박 억류 해제나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긴급 절차(30일 내 판결)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해양 경계 획정, 남획, 심해저 채굴 등 본안 사건이 늘어나며 최대 2년 6개월까지 소요된다. 서면 제출에만 최대 18개월, 함부르크에서의 구두 변론 후 재판관 숙의 6개월이 주어진다. 판결은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미래의 쟁점: 심해저 채굴과 기후변화
21인의 재판관(2017년 사진)은 국제법을 대변하며 자국에서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앞으로는 심해저 채굴 관련 사건이 증가할 전망이다. 2010/2011년 제17차 사건은 환경 친화적 심해저 채굴 가능성을 다뤘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기업과 국가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수많은 분쟁이 발생할 것이며, "심해저 채굴 사건은 함부르크 ITLOS에서만 심리할 수 있는 대안 없는 관할 사항"이라고 리터 대변인은 강조한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양 경계 분쟁 등 기후변화발(發) 갈등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협정: 싱가포르에서도 심리 가능
2020년 6월 11일 발효된 협정에 따라 ITLOS 심리를 싱가포르에서도 열 수 있게 되었다. 싱가포르가 현지 건물을 제공함으로써, 아시아 국가 간 분쟁을 현지 인근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줄리아 리터 대변인은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소재지는 여전히 함부르크"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