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서독 마지막 등대지기, 1986년 클린트바르크 등대 불을 끄다

1986년 9월 30일 일몰 시각, 트라베뮌데 관구 본부의 '소등 준비 - 에커른푀르데 등대, 에커른푀르데 등대 삭제'라는 교신과 함께 서독의 마지막 등대지기 페르디난트 덴치엔(Ferdinand Denzien)은 클린트바르크(Klintbarg) 등대의 불을 껐다. 이로써 서독에서 등대지기라는 직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자 기술이 등대지기를 대체하다

기존 등대에서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에커른푀르데 만을 위한 완전 자동화 등대가 들어서면서, 마지막 수동 등대는 역할을 마감했다. 신축이 불가피했던 이유는 구 등대가 독일 연방군의 어뢰 발사 궤적과 겹쳐 선박들이 사격 구역에 지나치게 근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등대는 트라베뮌데 관구 본부에서 원격 제어된다.

전자 기술이 사람을 밀어낸 순간은 덴치엔에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 1979년 페마른(Fehmarn) 섬의 마린리히트(Marienlicht)가 전자동화로 전환되었을 때도, 그는 7년 반 근무 끝에 그곳의 마지막 등대지기였다.

해가 지는 대로 움직이는 24시간

어둠이 내리면 등대에 불을 밝히고, 밤 10시경 순찰을 돌며, 해가 뜨면 소등하고 장비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일상. 등대지기의 삶은 태양에 맞춰져 있었다. 전기 기사 자격을 가진 덴치엔은 한 인터뷰에서 '마치 닭처럼' 살았다고 농담조로 회고했다.

처음부터 등대지기로는 기혼 남성만 채용되었는데, 아내가 병가나 휴가 시 대리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조 등대지기'로 훈련받았다. 프리델 덴치엔(Friedel Denzien) 역시 그랬다. 남편이 심장마비로 수주간 자리를 비웠을 때, 그녀가 등대 지휘를 맡아 수행했다.

에커른푀르데의 클린트바르크 등대는 주거 공간이 딸린 고층 건물 형태다.

독일 등대의 오랜 전통

독일 최초의 등대는 1805년 쿠크스하펜(Cuxhaven)에 완공되며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북해와 발트해 연안을 따라 등대들이 연이어 건설되어 1918년 발트해 베렌스도르프(Behrensdorf) 인근 등대를 끝으로 신규 건설은 중단되었고, 이후로는 대체용이나 보조용 등화만 추가되었다.

둥글지도, 빨강-하양 줄무늬도 아닌

1907년 세워진 에커른푀르데 등대는 전형적인 원통형의 빨강-하양 도색 대신 회색의 각진 외관을 지녔다. 클린트바르크 등대(북위 54°28′, 동경 09°51′)는 해발 40m 높이에 위치한 주거 겸용 건물로, 두 등대지기 가족이 거주할 공간을 갖췄다. 초기에는 석유 등화를 사용해 두 명이 상주하며 불을 감시해야 했다. 1920년대 중반 가스와 전기가 도입되면서 클린트바르크에는 한 명의 등대지기만 남게 되었다. 1986년 자동화 전까지 총 여섯 명의 등대지기가 이곳을 지켰다.

수달 셔터가 만들어내는 식별 신호

에커른푀르데 만에서 선박이 등대를 식별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1,000와트 전구를 프렌첼(Frenzel) 기법으로 6배 증폭하고, 소위 '수달 셔터(Otterblende)'라 불리는 슬랫(얇은 판)이 정해진 간격으로 여닫히며 고유한 섬광 특성을 만든다. 자동화 이전에는 이 구동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매일 120kg 추를 120회 가량 감아 올려야 했는데, 마치 태엽시계 같은 원리였다. 원활한 작동을 위해 당직실 온도를 거의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으며, 이상 징후가 있으면 종이 울려 등대지기에게 즉각 알렸다. 어느 추운 밤 변속기가 동결될 위기에 처하자, 프리델 덴치엔은 헤어드라이어로 장치를 녹이고 남편은 수동으로 변속기를 조작해 정상화시키기도 했다.

새로운 삶의 장을 열다

클린트바르크 등대의 소등은 덴치엔 부부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렸다. '자유로운 내 일을 늘 사랑했지만, 저녁 외출은 꿈도 못 꿨죠. 불씨를 지켜야 했으니까요. 이제 지인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덴치엔은 말한다. 그는 아직 은퇴하지 않고, 킬(Kiel)에서 자동 등대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으며 정년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로써 서독 연안 등대의 자동화는 막을 내렸다. 1960년대 후반 발트해에서 시작된 자동화는 1970년대 북해로 이어졌고, 오늘날 모든 등대는 관구 본부의 원격 관리로 운영된다. 클린트바르크 등대 건물은 현재 휴양 시설로 활용되어, 연방교통부 산하 사회복지 기관이 회원들에게 네 개의 휴가용 아파트를 임대하고 있다.

동독에서는 1998년에야 막을 내리다

1998년, 동독 지역에서도 독일 등대지기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 110년 역사의 힌덴제(Hiddensee) 섬 등대에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면서, 독일 전역에서 마지막 등대지기였던 발터 회렌츠(Walter Hoerenz)가 은퇴했다.

현재 독일 북해와 발트해 연안에는 약 200기의 등대가 남아 있으며, 그중 195기가 여전히 운영 중이다. 대부분은 킬에 본부를 둔 북부 및 북서부 수로해운청(Wasser- und Schifffahrtsdirektionen Nord und Nordwest, WSV)이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