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제게 예술적 안목을 심어주신 분은 아버지셨습니다. 아버지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들에 깊은 관심을 두셨기에, 제가 처음 접한 위대한 스승들도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여덟 살 무렵이었는데, 무심코 키아로스쿠로(명암법)가 형태와 공간을 빚어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하게 되었죠. 그 후 회화라는 매력에 이끌렸습니다. 누군가 이런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경이로움이 제 안에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욕망을 일깨웠습니다.
첫 유화 작품을 기억하시나요?
1968~69년 크리스마스에 부모님께서 유화 물감 세트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열세네 살 무렵이었고, 그때까지는 목탄과 색연필만 다뤘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벽지 뒷면에 첫 유화들을 그렸는데, 지금 보면 재앙 수준이었죠.
역사화는 철저한 고증이 필요합니다. 작업 전 준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제 작업 체계는 극도로 전통적이고 방법론적입니다. 메소니에와 그 계승자들이 쓰던 방식과 같습니다. 다인물화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 주제 선정 후 1차 자료 수집: 해당 사건을 겪은 당사자들의 회고록과 당대 정황을 가능한 한 많이 읽습니다.
- 구상 스케치: 머릿속 구도를 종이에 옮깁니다.
- 세부 고증: 지형, 건축물, 의복·군복 등 시각 자료를 집중 수집합니다.
- 모델 촬영: 실물 크기 의복을 입은 모델에게 스케치 속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 보정 및 재스케치: 정적인 포즈에 동세를 더하고, 렌즈 왜곡을 보정한 뒤 다시 그립니다.

개별 인물 드로잉이 끝나면 원본 스케치에 맞춰 실물 크기 전신 밑그림을 완성합니다. 이를 캔버스나 목판에 대고 전사지(초크 종이)로 선을 옮긴 뒤, 테레빈유에 지워지지 않도록 황토색이나 반다이크 브라운으로 선을 다시 긋습니다. 그러면 선이 단단히 고정되어 본격적인 채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은 무엇인가요?
여러 제조사의 유화 물감을 쓰며, 팔레트에는 흰색을 포함해 10색 정도를 올립니다. 제 성향에 가장 맞는 기법은 알라 프리마(alla prima, 젖은 위에 젖은 기법)입니다. 가슴 뛰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열정이 식기 전에 바로 붓을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밑칠이 마르기를 며칠씩 기다릴 필요 없이, 한 번에 밀고 나갈 수 있으니까요.
급하게 시작하다 보니 구도나 색채를 중간에 수정할 일도 생기지만, 유화는 불투명하면서도 막판 수정을 너그럽게 받아들입니다. 색채의 광채가 살아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좋은 예가 〈마셜의 교차로〉 좌하단의 말입니다. 밑그림에서는 비례가 맞았는데, 캔버스에서 반쯤 칠했을 때 말이 너무 작아 보였습니다. 결국 키워진 스케치를 다시 전사해 기존 말 위에 새로 그렸습니다.
건조 조절과 하루 작업량
건조 촉진제나 지연제는 쓰지 않습니다. 물감 튜브에 든 아마인유만 쓰고, 희석은 테레빈유로 합니다. 그러면 하루 만에 마르며, 티타늄 화이트가 진한 부분만 며칠 걸립니다. 저는 얇게 칠하는 편이라 보통 10~12시간이면 건조됩니다.
덕분에 하루에 한 구역을 마무리하고, 다음 날 색 차이 없이 이어갈 수 있습니다. 가령 하늘은 그날그날 끝내려 애씁니다. 마른 물감 위에 새 물감을 섞으면 색이 달라지니까요.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캔버스에 처음 물감을 올릴 때입니다. 그때 비로소 색채 팔레트와 회화적 감흥이 태어나고, 그것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늘 짜릿합니다.
작가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제 이름과 결부된 아이콘이 된 작품들이 몇 있습니다. 초기에 명성을 안겨준 〈옥수수밭을 가로질러(Through the Cornfield)〉와 〈샤쇠르의 운명(A Chasseur's Fate)〉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각별한 작품은 〈후위 부대(The Rear Guard)〉입니다. 수년 동안 품고만 있던 아이디어인데,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결국 두 달을 온전히 쏟아부어 완성했습니다. 결과물에 큰 만족감을 느껴 10년 가까이 작업실에 걸어두고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방문객이 보고 구매해 갔습니다.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은 누구인가요?
유년기엔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베르메이르, 렘브란트, 로트레크 등 거장들이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 역사 서사화의 길로 들어서기로 결심한 뒤로는, 끊임없이 되짚어본 핵심 작가들이 있습니다.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 하워드 파일, 알퐁스 마리 드 뇌빌, N. C. 와이어스, 장 바티스트 에두아르 데타일, 프레데릭 레밍턴이 그들입니다.



특히 천착하는 역사적 시대나 주제가 있나요?
단연 나폴레옹 시대입니다. 복식과 색채의 변화무쌍한 스펙트럼이 제게는 가장 편안한 놀이터이자, 가장 잘 아는 영역입니다. 18세기 중반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가 제 활동 반경의 핵심입니다.


워털루 전투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대중에게 워털루는 '참패의 대명사'지만, 역사가에게 백일천하와 그 여파는 음모, 광기, 절망이 뒤얽힌 훨씬 복잡한 드라마입니다. 오랫동안 영국 측 기록만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벨기에-네덜란드군, 프로이센군, 프랑스군 참전자들의 증언이 번역·출판되면서 전모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목격담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나요?
워털루는 폼페이, 게티스버그, 타이타닉처럼 인간의 비극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닙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워털루로 돌아온 직접적 계기는 폴 린지 도슨(Paul Lindsay Dawson)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는 수십 년간 프랑스 측 미공개 자료를 발굴·번역해냈고, 그 덕분에 프랑스군 시각에서 새로운 도상이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제가 분쟁 당사국 출신이 아니기에, 이 새로운 자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전투를 그릴 때 병사를 '살상 기계'로 보시나요, 아니면 인간으로 보시나요?
저는 늘 평범한 병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무명의 개인들 말입니다. 제 그림에 고위 장교가 거의 없는 이유입니다. 제 관심은 하급 병사들과 그들의 익명적 얼굴 속에 담긴 인간 감정의 스펙트럼—공포, 영웅심, 선, 악, 희생—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전쟁이야말로 그 모든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유일한 무대이며, 그 총체가 저를 군대 미술로 이끈 힘입니다.
특히 남북전쟁 전투 장면에서 현장 분위기를 재현하는 일은 어떤 기분인가요?
전투 장면에서 저는 관객에게 세 가지를 주고자 합니다. 첫째, 시간 여행의 체험. 둘째, 과거의 전쟁 방식과 오늘날의 차이. 셋째, 가장 중요하게는 작품 속 인물에 대한 감정적 반응—연민이든, 혐오이든 스펙트럼 양극단의 무엇이든.

각 시대의 군복, 장비, 건물, 소품을 철저히 고증해 재현하는 것은 관객이 그 시공간으로 '점프'하게 돕습니다. 관객이 그 물건들을 다 알지 못해도, 작가가 그만큼 공들여 자료를 챙겼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에 진실성을 부여하고,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으로 인한 몰입 깨짐을 막아줍니다.
역사화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어려운 질문입니다. 현대전의 경우 누구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으니 화가의 해석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가가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선택해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전하는 능력이야말로 역사화의 생존 가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스페르타 페로(Desperta Ferro)』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데스페르타 페로』는 내용, 디자인, 주제 탐구의 깊이 모두에서 일급 잡지입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키스 로코 삽화 도서 목록

- Chartrand, R. & DeLaMatter, M. (2017): The Campaigns of Napoleon: Keith Rocco's military painting. Madrid: Desperta Ferro Ediciones.
- Cozzens, P. (1994): On Campaign: The Civil War Art of Keith Rocco. Chicago: Emperor's Press.
- Cozzens, P. (1992): This Terrible Sound: The Battle of Chickamauga (키스 로코 삽화). Urbana: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Girardi, R. I. (2004): The Soldier's View: The Civil War Art of Keith Rocco. Berkeley, CA: Military History Press.- Girardi, R.I. (2009): The Civil War Art of Keith Rocco. Forest Park: Crimson Books.
- Harrington, P. (2011): The Napoleonic Art of Keith Rocco. Osprey Publishing.
- Rocco, K. (2013): Napoleon's First Italian Campaign 1796-1797. Military History Press.
Dawson, P.L. (2016): Napoleon's Last Army: The French Forces in the 1815 Campaign. Vol. 1. Imperial Guard Cavalry. Lombardy Studios.
작품 및 출판물 더 보기: www.keithroc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