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랜태저넷(The Plantagenets)』에서 발췌한 항목
로빈 후드가 셰리우드 숲에서 노팅엄 보안관과 왕위를 빼앗긴 존 왕(John Lackland)의 노르만 군대를 괴롭히는 이야기는 문학과 영화를 통해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고전적 서사입니다.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 역시 12세기 말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색슨족과 노르만족 간의 투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로빈 후드 전설과 스콧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들보다 100여 년이나 앞서, 이미 또 다른 색슨 영웅이 노르만의 통치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앞선 블로그 글에서 우리는 잉글랜드의 역사가 단 며칠 만에 바뀔 뻔했던 해, 즉 1066년을 다룬 바 있습니다(1066년 관련 기사 참조). 격동의 해가 저물 무렵, 노르만인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법을 세웠고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 이른바 정복왕 윌리엄이 잉글랜드 최초의 노르만 국왕으로 즉위했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이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색슨 왕 해롤드를 격파하고 웨스트민스터에서 대관식을 거행했다고 해서, 나라 전체가 이 질서를 평화롭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색슨 반군 집단이 일어섰고, 새로 정복한 왕국에 대한 장악력을 확고히 하는 데 윌리엄은 몇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특히 저항은 덴마크인의 존재와 영향력이 여전히 강했던 북부 지역에서 거셌습니다. 이에 윌리엄은 반군 지역을 진압하기 위한 잔혹한 군사 작전을 감행했는데, 역사적으로 '북부 유린(Harrying of the North)'이라 불리는 이 캠페인은 극도로 가혹했습니다. 인구에도, 가축과 농작물에도 자비는 없었습니다. 손이 닿는 모든 비옥한 땅을 불태워 황폐화시켰으며, 약 10만 명이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대 기록들조차 윌리엄의 잔혹함을 통탄하며, 그를 웨스트민스터에 즉위한 잉글랜드의 군주라기보다 침략군의 군벌에 가깝다고 비난할 정도였습니다.
윌리엄의 통치를 끝까지 거부한 색슨인 가운데, 잉글랜드 대중문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남은 인물이 바로 헤리워드 더 웨이크(Hereward the Wake)입니다. 헤리워드는 형제와 함께 노르만인에게 살해당한 색슨 귀족의 아들이었고, 친척의 죽음에 복수한 뒤 무법자로 전락하여 가문의 재산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와 그의 부하들은 엘리(Ely) 인근의 울창한 숲과 습지로 피신했습니다. 셰리우드 숲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우드맨(Woodmen)'이라 불린 헤리워드의 무리는 접근하기 어렵고 자신들이 손바닥 보듯 익힌 지형을 무기 삼았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엘리의 깊은 숲과 늪지대에 몸을 숨기며 노르만 군대의 추격을 따돌렸습니다.
덴마크계 혈통을 지닌 일부 동료들까지 합류한 이 무법자 집단은 지역을 순찰하던 노르만 병사들을 공격하고 약탈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노르만의 약탈로부터 보물을 지키기 위해 피터버러 수도원을 기습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결국 한 엘리 수도사가 노르만군에게 헤리워드의 진영으로 이어지는 비밀 길을 알려주면서, 헤리워드와 그의 부하들은 거점에서 쫓겨났고 헤리워드는 잉글랜드를 떠나 망명해야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몇 년 뒤 그는 왕실의 사면을 받고 자신의 재산을 되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윌리엄이 실시한 토지 조사, 이른바 '둠즈데이 북(Domesday Book)'에 그의 이름이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노르만인이 왕국의 토지·소유자·자산을 철저히 문서화한 이 방대한 작업은 그 자체로 다룰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야기는 다른 블로그 글로 미루겠습니다.
헤이스팅스에서 패배한 해롤드 왕의 어머니 기타(Gytha)나 노섬브리아 백작 월테오프(Waltheof) 같은 다른 색슨 인물들 역시 노르만 지배에 군사적으로 맞섰지만, 그 명성을 후세에 남긴 이는 헤리워드였습니다. 노르만 침공에 맞선 색슨 저항을 이끈 영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잉글랜드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로빈 후드의 일부 특징은 헤리워드와 겹친다고 여겨집니다.
필자는 이 블로그에서 이미 소개한 데이비드 스타키(David Starkey)의 'Monarchy' DVD 시리즈를 통해 헤리워드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터 애크로이드(Peter Ackroyd)의 『잉글랜드의 역사』 역시 색슨족의 반란과 '북부 유린'에 대해 간략히 언급합니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제임스 와일드(James Wilde)가 헤리워드 더 웨이크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 시리즈도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에게 권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