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력의 일곱 번째 달, 구월
서수 이름이 말해주듯, 로물루스 시대 이후 로마력에서 일곱 번째 달은 바로 '구월'로 불렸습니다.
농사 일이 한결 줄어드는 이달은 지하 세계와 불, 금속을 관장하는 신 불카누스(Vulcanus)에게 봉헌되었습니다. 그는 대장간을 곁에 둔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Hephaestus)에 해당하는 존재입니다.
달이 시작되는 첫날, 즉 칼렌다에(Kalendae)에는 카피톨리노 언덕의 유피테르 신전에서 제사가 올려졌습니다. 사람들은 온화한 겨울과 농작물의 무사한 발아를 위해 유피테르의 가호를 빌었습니다.
9월 3일 — 에피다우라 축제
셋째 날에는 의술의 신 에스쿨라피우스(Aesculapius), 즉 그리스의 아스클레피오스를 기리는 '에피다우라'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는 에게해 세계가 로마의 영향권에 편입되면서 동부 지중해에서 들여온 의례였습니다.
환자들은 에스쿨라피우스 성소로 옮겨져 밤을 지새웠습니다. 많은 이들이 꿈에서 자신을 치료하는 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전해지며, 일부는 실제로 병이 나았습니다. 사제들이 취침 전에 양귀비를 섞은 우유 음료를 먹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순수한 믿음의 힘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신의 상징인 지팡이에 감긴 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약학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9월 4일 — 루디 로마니 개막
노네스(Nones) 전날인 넷째 날, 포도 수확과 각종 농사일이 끝나면 '루디 로마니'가 개막되었습니다. 최고최선의 유피테르(Jupiter Optimus Maximus)를 기리는 전차 경주는 로마 세계 최대의 축제 중 하나였습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도 이 시기에 해당하는 날짜에 발렌시아 지방에서는 수많은 수호성인 축일이 열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9월 5일~10일 — 엘레우시스 밀교 의식
노네스에 시작된 엘레우시스 밀교 의식, 즉 디오니소스—로마의 바쿠스—의 신비 의식은 6일 밤 정화 목욕으로 시작하여 다음 날 본 행사가 거행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금식한 참배자들은 해 질 녘 신비 의식에 합류했고, 신의 성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여사제와 최고 사제인 히에로판트는 어둠 속에서 극적인 결합 의례를 마치고 나타나 "만능의 존재가 만능의 존재를 낳았다"고 선언했습니다.
의식은 보리와 박하로 만든 성스러운 음료 '키케온(kykeon)'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음료는 아마도 환각 성분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입문자들은 성역에서 목격한 내용을 절대 외부에 새기지 않을 것을 맹세해야 했습니다. 열흘째 되는 날에는 황소가 제물로 바쳐지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대연회 '파니키스(pannychis)'가 열려 해가 뜰 때까지 축제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이교 의식은 392년, 기독교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이교 박해 정책의 일환으로 반포한 법령에 따라 금지되고 말았습니다.
9월 13일 — 유피테르 대연회
이데스(Ides), 즉 13일에는 루디 로마니의 일환으로 유피테르를 기리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습니다.
9월의 기념일들
서기 14년 9월 17일, 아우구스투스는 신격화되어 신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흥미롭게도 프린켑스(princeps) 본인의 생일은 23일이었습니다. 그리고 20일에는 로마 건국자 로물루스의 탄생이 기념되었습니다.
로마력 이야기의 마무리를 하며
이번 달을 끝으로 로마력과 다채로운 종교 의식들을 살펴보는 연재가 마무리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경 의식이 축제로 변모한 과정, 그리고 그 기원이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교 관습이 민중 깊숙이 뿌리내린 채 어떻게 기독교적으로 변용되었는지 등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다음 달에는 새로운 시리즈를 통해 조상들의 생활상을 더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과연 고대 온천욕장 방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브라베리(Bravery)의 저자 가브리엘 카스텔료(Gabriel Castelló)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