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하게도 나는 그리스도의 가난한 기사단, 곧 성전기사단(Orden del Temple)이라는 존재를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단은 교황에 의해 강제 해산되었습니다. 프랑스의 필리프 4세의 압력에 못 이긴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이들을 이단과 소도(남색) 혐의로 규탄한 것입니다. 마지막 대단장 자크 드 몰레(Jacques de Molay)를 비롯한 몇몇 기사들은 죄를 자백할 때까지 고문당했고, 거짓과 조작, 사주로 얼룩진 그 과정 끝에 기사단은 131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일부 국가에서는 해체가 더디고 덜 급진적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를 읽고 나서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화 속 기사단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그리스도 성전 협회 주권 기사단'이 교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1307년 클레멘스 5세에 의해 활동이 정지된 기사단의 복원과 자산 승인을 요구하고 있으며, 당시 압수된 금액은 1,000억 유로에 달합니다.
스페인 주재 교황 대사를 통해 베네딕토 16세를 상대로 마드리드 법원에 제기된 이 소송은, 무려 700년 전 기사단 해산으로 종결된 절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소고(訴告)는 바티칸 시국의 원수가 아니라, '클레멘스 5세의 후계자인 교황'이라는 육체적 인격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기사단은 14세기에 약탈당한 재산에 대한 세습 배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그 금액은 현재 100,000백만 유로, 즉 1,000억 유로에 이릅니다. 서한에는 "어떤 경우에도 로마 교회의 경제적 파산을 초래할 의도는 없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다만 법원이 우리 기사단에 가해진 작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합법적으로 등록된 협회 등록부에 따르면, 이 기사단은 유럽 전역에서 9,000개에 달하는 재산에 대한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토지, 목초지, 제분소, 항구 사용권은 물론 운송 수단과 군함에 대한 권리까지 포함됩니다.
다행히 그들은 교회를 경제적으로 무너뜨릴 만큼 막대한 금전 배상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미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 신자들이 저지른 모든 죄와 교회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한 바 있습니다.
이 소송이 던지는 질문들
- 이 협회는 대체 어떤 근거로 스스로를 기사단의 계승자로 선언하는 것일까요?
- 그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무엇을 실현하려는 걸까요?
- 우리 역사의 모든 과정과 불의, 부정까지 일일이 다시 심판해야 할까요? 다행히 오늘날에는 범죄가 법으로 규율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법적 불안정은 상상하기도 끔찍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교회에 가해졌던 잔혹 행위들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할까요?
존엄과 명예—성전기사단의 본령이자 덕목—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욱 빛나는 가치입니다. 장난은 이제 그만두시죠. 만약 그들이 정말로 고귀한 신사들의 후계자라고 믿는다면, 지금과 같은 행보는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차라리 그들이 스스로 선포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어떨까요?
가난, 순결, 순종.

Orden del Te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