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와 한 쌍의 가슴, 그리고 두 개의 큰 뿔 한가운데 횃불이 박힌 인간형 수염을 기른 염소—서양 오컬트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이 신비로운 바포메트(Baphomet)의 모습을 평생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요? 바포메트는 역사의 여러 시대에 걸쳐 끊임없이 소환되어 온 존재입니다. 이 인물에 대한 언급은 11세기 중세 문헌에서도 발견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입니다. 오늘날 바포메트는 신비주의, 의식 마법, 마녀술, 사탄주의, 밀교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대의 바포메트 묘사는 다양한 고대 자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교(異敎) 신들에게서 주된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포메트는 이집트, 북유럽, 인도 등 전 세계 신들과 놀라운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고대 문명의 신화에는 일종의 '뿔 달린 신'이 등장합니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관점에서 바포메트는 뿔 달린 신 원형(archetype)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뿔 달린 신의 개념은 인류 개개인의 정신 속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케르눈노스(Cernunnos), 판(Pan), 하토르(Hathor), 기독교에서 말하는 악마, 그리고 바포메트는 모두 공통된 기원을 공유합니다. 한편 바포메트라는 이름은 "지혜의 세례"라는 의미를 지닌 두 그리스어 용어의 결합과 연관되어 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미지와 깊이 연관된 몇몇 핵심 인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오컬트계의 거장 엘리파스 레비(Eliphas Levi)와 알레이스터 크로울리(Aleister Crowley)입니다. 바포메트에 대한 묘사는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왔지만, 그중에서도 1861년 레비가 그려낸 바포메트가 가장 유명합니다. 그는 저서 Dogmes et rituels de la Haute Magie(『고등 마법의 교의와 의례』)에 바포메트 삽화를 포함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초상이 되었습니다. 날개 달린 인간형 염소, 한 쌍의 가슴, 그리고 두 뿔 사이 머리에 박힌 횃불—이것이 레비가 확립한 바포메트의 고전적 이미지입니다. 이후 영국의 신비주의자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는 비밀결사 OTO(동방 성전 기사단), 즉 가톨릭 영지주의 교회에서 이 상징을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바포메트라는 이름은 템플 기사단이나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결사와 얽혀 왔지만, 엄밀히 말해 비밀결사는 아닌 안톤 라베이(Anton LaVey)의 사탄 교회(Church of Satan)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6년에 설립된 이 조직은 "바포메트의 인장(Sigil of Baphomet)"이라는 공식 배지를 채택했습니다. 바포메트의 인장은 스타니슬라스 드 귀타(Stanislas de Guaita)의 『흑마법의 열쇠(Clef de la magie noire)』에 실린 그림에서 큰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사탄 교회에서는 오각형 안에 '멘데스의 염소(Goat of Mendes)'로 묘사됩니다. 안톤 라베이에 따르면 템플 기사단은 바포메트를 사탄의 상징으로 숭배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사탄 교회에서 바포메트는 제단 위에 놓인 상징물로서 의식 내내 눈에 띄게 자리합니다. 그는 일곱 지옥의 연옥과 일곱 대죄를 관장하는 여러 악마들을 다스리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또 다른 해석도 존재합니다. 특히 일부 비밀결사에서는 매우 존경받던 염소 머리 조각상을 사탄 숭배와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그들에게 바포메트는 돌로 만든 머리상으로만 상징되는 이교도의 신이었습니다. 교회는 템플 기사단이 거짓 우상을 숭배하고 갖가지 이단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긴 목록을 작성해 두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바포메트는 생명의 창조력과 연관된 이교의 다산의 신이었으며, 바포메트의 머리는 출산과 다산을 상징하는 숫양이나 염소의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템플 기사단은 바포메트의 머리를 본떠 만든 돌 모형 앞에 도열하여 기도를 올리며 바포메트를 숭배했습니다. 이 의식은 성적 결합이 지닌 창조적 마법을 축하하는 행위였지만, 교황 클레멘스 5세(Pope Clement V)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교 신의 머리가 실제로는 악마를 나타낸 것이라고 확신시켰습니다. 교황은 이 염소 머리를 템플 기사단 탄핵 운동 전체의 시금석으로 삼았습니다.
오늘날 '사탄'으로 불리는 뿔 달린 악마에 대한 현대적 믿음은, 교회가 뿔 달린 다산의 신 바포메트와 이교의 다산 상징들을 악의 상징으로 둔갑시키려 했던 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뿔 달린 이교의 다산 상징은 지금도 미국 명절 추수감사절의 전통적인 식탁 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일이 가득 담긴 '풍요의 뿔(cornucopia)'은 바포메트가 상징하는 다산을 기리는 물건으로, 젖을 물려 제우스를 키운 염소의 부러진 뿔이 기적으로 과일이 넘쳐나게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수많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바포메트는 본래 연금술과 밀교의 상징적 산물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오늘날에는 비디오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