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 숙적 그리스월드가 낳은 검은 전설인가?

"에드거 앨런 포가 죽었다. 그는 엊그제 볼티모어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소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할 것이며, 몇몇에게는 슬픔을 안길 것이다."


1849년 10월 9일, 짧고 기묘한 이야기의 천재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미국 여러 신문에 실린 이 간결한 부고는, 글 사이에 숨긴 의미를 읽어 내려던 이들의 걸음을 멈춰 세우기에 충분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 숙적 그리스월드가 낳은 검은 전설인가?

천재의 파란만장한 인생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아버지에게 버려진 아이였고, 이후 고아가 되어 남의 집 슬하에서 자랐다. 그는 가명으로 군대에 입대했다가 종교 예석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다. 타고난 로맨티스트였던 그는 친구의 어머니에게도, 결혼하기까지 한 열세 살 어린 사촌 동생에게도, 또 다른 시인 프랜시스 새전트 오스굿(Frances Sargent Osgood)에게도 마음을 빼앗기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포가 풍기는 사랑스러운 모습과 달리, 그가 평생 쌓아 온 적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중 가장 악질적이고 분명 가장 해로웠던 인물은 단연 루퍼스 W. 그리스월드(Rufus W. Griswold)였다.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 숙적 그리스월드가 낳은 검은 전설인가?

'그리스월드인가, 진실인가'

그리스월드는 이름난 문학 평론가였다… 하지만 거짓말과 위조로 악명이 높았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그건 그리스월드인가, 아니면 진짜 진실인가?'라는 말이 회자되었다고 한다. 즉, 그의 말 중 상당수는 믿을 것이 못 되었다는 뜻이다.

이 인물은 처음에는 포와 무척 사이가 좋았다. 심지어 자신의 문학 선집에 포의 시 몇 편을 실어 주기도 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자랑스럽게 여기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운명을 바꾸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을, 그의 눈에 자격이 모자라 보이는 다른 작가들과 한데 묶어 실어 준 것을 탓한 것이다. 바로 여기서 두 사람 사이에 피 튀기는 악연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앞서 언급한 시인 오스굿에게 동시에 마음을 빼앗기며 당대 사회의 최대 화제거리가 되었고, 인터뷰와 출판물을 통해 주고받는 비격(비방의 화살)도 끊이지 않았다.


흔적 없이 사라진 마지막 일주일

포가 평생 좇아 온 꿈, 곧 자신만의 잡지 '더 스타일러스(The Stylus)' 창간 계획을 추진하던 무렵인 1849년 9월 27일, 그의 행적이 끊겼다. 그리고 10월 3일, 그는 볼티모어에서 처참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술에 취하고 약물에 취해 있었고, 맞지 않는 남의 옷을 걸치고,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으며, 그를 상징하는 콧수염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일주일 동안 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죽음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

볼티모어 워싱턴 칼리지 병원(Washington College Hospital)에 입원한 그는 섬망증(delirium tremens)의 증상을 보이며, 추적조차 불가능한 사람들의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입원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겉으로 보기엔 과음이거나 치명적인 뇌종양. 그러나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자갈들이 포도주에 독을 몰래 섞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설도 나온다. 그리고 이 설에는 생각보다 꽤 근거가 있다.


술꾼이라는 오해

대중의 기억 속에서 포는 선술집에서 술잔을 구걸하며 살아간 인물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리스월드가 먹여 키운 그의 검은 전설(black legend)의 한 조각일 뿐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자매 중 한 명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없었다. 단 한 잔의 술도 그를 며칠씩 침대에 눕혀 놓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훗날 미국 금주법의 전신이 된 단체 '절제의 아들들(Sons of Temperance)'의 회원이기도 했다.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포는 자신이 박해받고 위협받고 있다고 느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탓에 누구를 의심했는지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에게는 수많은 적이 있었고, 어쩌면 누군가에게 그의 죽음은 절호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반전, 유작을 쥔 사람

이 모든 이야기에서 명확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마지막 대목은 우리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그가 죽은 순간부터 그의 숙적 루퍼스 W. 그리스월드는, 살아 있는 유족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신문에 부고를 실고, 그의 전기를 집필하며, 문학 집행자(literary executor)로서 그의 모든 작품을 관리하는 일을 차지했다.


마르토니모스(Martónimos) 제공 · 마르타 로드리게스 쿠에르보(Marta Rodríguez Cuervo) 공동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