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미국 해외 군사기지 800개: 세계 패권을 지탱하는 도구

냉전이 종식되면서 세계는 더 이상 양극 체제가 아니게 되었다. 이후 소위 '다극화'라고 불리는 국면이 도래했는데, 이는 지정학적 무대에 중국, 러시아, 인도, EU 같은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러시아는 지역 강국으로 위상이 축소되었고, 미국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하지 않겠다는 노선으로 선회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러한 이론을 입증해 주었으며,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이러한 흐름은 한층 강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은 단독 행동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국지적 공격, 한반도 연안으로의 태평양 함대 접근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극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 최강의 군사 강국이며, 그 격차는 압도적이다.

세계를 덮는 800개 기지 네트워크

해외 주둔 미군 기지와 지구 곳곳에 배치된 상시 해군 함대는 미국 군사력의 토대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육·해·공 기지 자체이며, 바로 이 기지들이 미국이 전 세계 어디든 병력을 투사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미국 해외 군사기지 800개: 세계 패권을 지탱하는 도구

이들 기지 상당수는 냉전 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공산 진영 붕괴 이후 발생한 분쟁과 수요에 대응해 새로 만들어진 기지도 적지 않다. 소련과의 '차가운' 대치 국면에서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이 위협이 될 수 있는 지점마다 군사 부대를 배치하려 했다. 그렇게 구축된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으며, 현재 미국은 약 800개의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는 비용은 매년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또한 상당 비율의 미군 병력이 일본, 독일, 한국,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무려 74개국에 걸쳐 해외에 배치되어 있다.

다른 강대국들과의 격차는 압도적이다. 프랑스는 11개국에, 영국 역시 11개국에, 러시아는 9개국에, 중국은 단 1개국에만 해외 기지를 운영할 뿐이다.

'수련 기지': 은밀한 글로벌 네트워크

미국의 세계 패권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하지만, 막대한 방위비와 강력한 군사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지구 반대편까지 신속히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을 군사적 헤게모니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한다. 러시아나 중국과 미국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모든 대륙, 심지어 그린란드까지 아우르는 기지망이다. 여기에는 소재가 기밀인 소위 '수련 기지(water lily bases)', 즉 소규모 병력의 경유나 소규모 작전의 거점으로 쓰이는 작은 기지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거대한 기지 네트워크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방어 필요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배치는 보편적이며 명확하고 실효적인 군사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정책에 따른 것이며, 바로 이 네트워크 덕분에 미국은 자국 이익이 요구되는 거의 모든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해외 군사기지 800개: 세계 패권을 지탱하는 도구

유럽: 냉전의 유산, 새로운 전략 요충지

기지 분포도를 들여다보면 미국의 군사적 관심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은 기지가 유럽, 중동, 일본해 일대에 몰려 있다. 미국 공군력의 상당 부분이 유럽 기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중 다수는 NATO 소속이기도 하다. 예컨대 독일의 람슈타인(Ramstein) 기지는 미국에서 중동·아프가니스탄으로 이어지는 보급로의 관문이다. C-130, C-17, C-5 갤럭시 수송기들이 이 임무를 수행하며 전쟁 기계에 윤활유를 공급한다. 이 기지는 중동·북아프리카 분쟁 지역을 감시하는 드론 통제 거점이기도 하다.

람슈타인 외에도 스페인의 로타(Rota)와 모론(Morón), 이탈리아의 아비아노(Aviano) 등 유럽의 기지들은 냉전기 전략 구도의 산물이다. 그러나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열점 지역에 새로운 기지들이 생겨났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툴라(Tuzla), 헝가리 토저(Taszár), 불가리아 그라프 이그나티에보(Graf Ignatievo)의 공군기지, 코소보의 캠프 본드스틸(Camp Bondsteel) 육군기지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아직도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땅에 핵무기를 배치해 두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유럽은 미국에 어떤 전략적 가치가 있는가? 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 북극 통제: 북유럽 국가들을 통해 북극해 장악에 참여한다. 이 해역은 가스·석유 매장지라는 경제적 가치에 더해, 해빙 추세가 이어질 경우 범대륙 해상 항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러시아와 충돌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 발칸반도: 현재는 안정됐지만 얼어붙은 분쟁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중동으로 통하는 관문이며, 중동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테러리즘, 불안정한 국가들 등 긴장이 표면화된 곳이다. 아울러 이 지역은 흑해 입구와 러시아 함대의 지중해 진출로를 통제한다.
  • 남유럽: 아랍의 봄 이후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북아프리카를 감시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리적 교두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정보전과 자원 확보

아프리카에 미군 기지가 존재하는 것은 주로 이슬람 테러리즘에 관한 정보 수집과 드론을 활용한 첩보 활동 때문이다. 이들 기지는 모리타니, 세네갈, 부르키나파소 등 급진 지하드주의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에 설치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최대 거점은 지부티에 위치한 캠프 레모니에(Camp Lemonnier) 해군기지로, 여기서 아프리카 대륙 동부 전역으로 병력을 투사할 수 있다.

중남미에서 펜타곤은 칠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에 새 기지를 만들었고, 온두라스, 벨리즈, 코스타리카 등 기존 기지도 확장했다. 미주 대륙 내 기지 존재의 목적은 미국 본토에 대한 무력 공격의 차단이 아니라 영토 통제, 동맹 유지, 자원과 시장 접근권 확보에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 중국 견제의 최전선

서태평양은 펜타곤에게 점점 더 중요한 전략적 기준점이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있으며, 두 나라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자다. 미국은 이들을 억제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과의 지속적인 갈등이 겹친다. 북한의 위협은 일본과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명분이 되어 왔고, 실제로 이 두 나라에는 막대한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 목표는 중국의 해양 팽창 감시다. 필리핀에서의 군사 재진입, 베트남과의 접근 강화, 태국과의 새로운 협정 등이 모두 이 전략의 일환이다.

동시에 태평양 지역과 그 해상 교통로 통제와 연동하여, 미국의 존재감은 인도양에서도 공고해졌다. 이미 중요한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ía) 기지가 존재하던 이 해역에는 케니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연안국과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에 새로운 기지들이 생겨났다. 여기서 명분은 해적 소탕이다. 지부티 기지와 에티오피아 주둔이 그 예인데, 소말리아에서의 통제 시도는 미국의 가장 잘 알려진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미국 해외 군사기지 800개: 세계 패권을 지탱하는 도구

참고문헌

  • Fontana, J. (2011). For the Good of the Empire. Barcelona: Past and Present Ed.
  • Jenkins, P. (2012). Brief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Madrid: Publishing Alliance.
  • Olmo, G.D. (2017). The Immense Military Network with Which the United States Dominates the World. abc.es
  • Drafting. (2017). How Big Is America's Nuclear Power and Why Donald Trump Wants More. bbc.com
  • Vine, D. (2012). Water Lilies: America's New Bases Around the Globe. tercerainformaci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