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기원전 275년, 고대의 '탱크' 전투 코끼리로 갈리아 야만족을 분쇄한 안티오코스 1세

기원전 275년, 고대의  탱크  전투 코끼리로 갈리아 야만족을 분쇄한 안티오코스 1세

헬레스폰트를 건넌 갈리아인, 소아시아를 유린하다

갈리아인들은 그리스를 침공하여 공포와 죽음을 뿌렸다. 그러나 결국 격퇴당해 소아시아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헬레스폰트 해협(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온 이 야만족들은 진격로에 있는 모든 것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갈라티아인들은 통제 불가능하게 쏟아져 나와 도시와 마을을 초토화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들을 막아야 했다.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이는 바로 셀레우코스 제국의 창건자 셀레우코스 1세 니카토르의 아들,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코스 1세였다.

소수 정예부대 vs 압도적인 대군세

안티오코스는 아버지 곁에서 함께 싸우며 전쟁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갈리아인들이 침입했을 당시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이집트와 카파도키아의 아리아라테스와 동시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광대한 갈리아 대군세에 대해 소수의 병력만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작은 군대를 이끌고 적에게 진격했다. 안티오코스 군의 정확한 규모는 전해지지 않지만, 약 2만 명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절반은 펠타스트(투창 경장보병)와 경보병이었다. 긴 창으로 무장한 사리사 방진 병력은 4천 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안티오코스에게는 결정적인 무기, 즉 전투 코끼리 16마리가 있었다.

코끼리를 숨긴 천재적 배치

왕은 방진을 전열 중앙에 배치하고 좌우를 펠타스트 부대로 엄호했다. 그 자신은 전열 우익 끝에 중기병의 선두에 섰고, 그 앞에는 창병·투창병·투석병 부대를 배치했다. 좌익에는 궁수 등 경보병의 지원을 받는 경기병을 파견했다. 로도스 출신 장군 테오도토스의 도움으로 안티오코스는 필사적으로 전투 코끼리를 은닉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들을 세 개 부대로 나누었다. 하나는 8마리로 중앙 방진 바로 앞에 배치했고, 나머지 두 부대는 각각 4마리씩 경보병의 호위를 받으며 양 익 끝에 배치해 갈라티아 기병을 겁주도록 했다.

갈리아군의 어마어마한 전력

갈리아인들 역시 막대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기병만 2만 명에 달했다. 또한 셀레우코스 방진을 돌파하기 위해 낫전차 80대를 중앙에 투입하고, 일반 전차 160대를 예비로 남겨두었다. 기병이 2만 명이라면 보병은 최소 두 배, 어떤 문헌에 따르면 다섯 배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정적 전투는 기원전 275년에 벌어졌다.

전투 개시: 폭풍처럼 몰려온 갈리아군

이렇게 진을 친 두 군대가 마주 섰다. 안티오코스는 갈라티아인들을 기다렸고, 그들은 그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신들에게 기원하며 그들은 격렬한 전투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낫전차들은 위협적으로 번뜩이는 칼날과 함께 먼지 구름을 일으켰다. 갈라티아 기병 역시 수적으로 크게 열세인 셀레우코스 기병을 섬멸하기 위해 전진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끼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갈리아인들의 말들이 공포에 빠졌다. 낫전차들은 멈춰 섰다가 통제 불능 상태로 갈라티아 보병 진영 쪽으로 되돌아갔다. 갈라티아 기병의 말들 역시 패닉 상태에 빠져 자기편 보병 진영으로 내달렸고, 결국 그들은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인파 속에서 서로 뒤엉켜 버렸다.

절대적인 승리와 '소테르'의 칭호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리아군은 조직적인 전력으로서 존재하지 못하게 되었다.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덩어리가 된 그들은 수천 명씩 낫전차의 칼날에 산산조각 났다. 갈리아 보병들은 반토막 났고, 신체 일부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수천 명이 더 기병의 발굽에, 혹은 도망치려는 공황 상태의 동료들에게 짓밟혔다. 안티오코스의 승리는 절대적이었다. 그의 소수 군대는 패주하는 적을 끝까지 추격해 수천 명을 섬멸했다. 갈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약탈했던 지역 주민들에게도 가차 없이 추격당하며 궤멸당했다. 이 위대한 승리를 기념해 백성들은 안티오코스에게 '소테르(구원자)'라는 칭호를 붙였다. 그리고 승리를 안겨준 코끼리들을 기리기 위해 그는 갈리아 전사를 짓밟는 코끼리가 새겨진 주화와 메달을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