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벨치테의 보이지 않는 평면: 80년간 숨겨진 스페인 내전 방어 체계의 비밀

스페인 내전을 논하면서 벨치테(Belchite)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이름은 1937년 8월, 공화정 정부가 사라고사(Zaragoza)를 탈환하기 위해 계획한 군사 작전으로 알려졌다. 작전은 본래 목표인 사라고사 점령에 실패했지만, 가장 치열하고 지속적인 전투가 벌어진 인구 밀집 지역이자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가 최고 수준의 용맹을 보여 '진정한 영웅'이라 불릴 만한 극한의 상황으로 인해 '벨치테 전투'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방어군은 단 한 치의 땅도 내주지 않고 최후의 한 방울 피까지 흘리며 저항했고, 공격군은 그 진지를 돌격으로 탈환하기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전투는 신화적 차원으로 승격되었고, 국제여단의 참전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거의 과장될 정도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내전 초기부터 전선이 된 벨치테

내전 발발 초기부터 벨치테는 수에브로(Sur-Ebro) 구역의 최전선에 위치했다. 유명한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13개월 동안 여러 차례 교전이 있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다만 1936년 8월 공화파의 로보(Lobo) 탈환 전투와 '안개 전투' 등은 상당한 격렬함을 보였다. 특히 1936년 12월 초 공화파의 라 세르나(La Serna) 점령1과 프랑코파의 재탈환 작전은 특기할 만하다. 이 작전에서 반란군 소속의 유명 장교 산타파우(Santapau) 대위가 전공으로 진급했다. 혹한과 장대비 속에 벌어진 그날 밤 전투에서 양측 병사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그중 공화파 마르치란트(Marchirant) 대위와 주베르(Jubert) 대위, 그리고 '라 프란세시타(La Francesita)'로 알려진 민병대원 카르멘 크레스포(Carmen Crespo)의 전사가 두드러진다. 크레스포는 카리스마 넘치는 주베르 대위의 연인이자 레세라-벨치테 구역 정부군 지휘관이었다. 주베르 대위 전사 후 공화파 '오르티스 종대(Columna Ortiz)'가 '주베르 사단'으로 개편되었다.

아무도 깊이 연구하지 않은 전설적 전투

벨치테 전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그 명성과 방대한 문헌에도 불구하고, 학계나 군 당국 그 누구도 이 전투를 심층 연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저자가 이 전투를 다룰 때 더러 길게, 더러 짧게 기사 수준에 그치며, 실질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거의 보태지 않는다. 소위 '재탕'이라 불리는 수준으로, 선행 연구 자료를 재인용하는 데 그친다. 공정하게 말해 일부는 짧은 조사로 소소한 디테일을 추가하나, 출간물을 보면 기록보관소 조사는 거의 하지 않았고, 현장을 방문해 답사한 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마르티네스 반데(Martínez Bande)조차 저서 『사라고사 대공세(La gran ofensiva sobre Zaragoza)』에서 절반 이상을 이 전투에 할애하면서도, 벨치테 방어 시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몇 안 되는 언급으로 드러내고 있다.

벨치테 방어 벨트: 80년간 도서관 잠자던 설계도

수년간 이 전투를 연구해오면서도 벨치테 방어 벨트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2. 다만 높은 친숙도는 쌓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 『대전차 방어(Anti-tank defense)』3라는 책의 내용이 내전 당시 제3공병중대 '바르비스(Barbis)'가 벨치테에 구축한 방어 체계 전체를 다루고 있음을 명확히 확인했다. 이 군사 교범의 저자는 당시 중대장 로케 아드라다 페르난데스(Roque Adrada Fernández) 대위다. 이 발견은 내 벨치테 내전 연구 중 가장 중요한 성과이자 인내의 결실이며, 이를 세상과 공유하는 것 또한 또 다른 보상이다.

왜 이 저작을 벨치테 전투 서술 시 아무도 인용하지 않았을까? 내 동료 연구자 하이메 라타스(Jaime Latas)만이 바르비스 관련 논문에서 이 책을 저자의 타 저작 중 하나로 언급했을 뿐, 그 내용의 가치는 알아채지 못했다.

벨치테의 보이지 않는 평면: 80년간 숨겨진 스페인 내전 방어 체계의 비밀
80년간 정체를 숨긴 교범 『대전차 방어』

아무도 이 책의 전체 내용이 벨치테를 다루고 있음을 식별하지 못했다. 그렇게 『대전차 방어』는 1937년 출간 이래 80년간 군·민간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채, 수많은 연구자의 눈길을 피해 갔다.

서문에서 저자는 "전차라는 현대 병기에 맞서 대전차 방어를 최대한 신속히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최전선에 위치한 한 도시의 지형과 교통로를 단계적으로 상세히 기술하고, 어떻게 전차에 대비한 방어를 갖출지 설명한다.

책은 얇지만 전차와 제반 무기를 활용한 공격·방어 전투 기술 이론을 망라한다. 항공전력과 보병전까지 포함해, 위치 선정, 위장, 자재 내구성, 진지 유형(사수 참호, 고슴도치 진지, 해자, 능동 방어 초소, 토루, 대전차포·기관총용 장갑 진지, 고사포·7.5cm포 진지, 참호, 수위 조절, 철조망, 장애물 등) 건설 상세 사양을 다룬다. 소규모 지뢰전 장도 수록해 보병과 장교 모두를 위한 대전차 방어 5대 수칙을 제시한다.

가상의 한 구역에 완전한 방어 체계를 상세히 구축해 설명하는데, 이것이 벨치테와 정확히 일치함에도 지명은 결코 언급하지 않는다. 벨치테에서 해당 중대가 실제로 구축한 벙커와 진지의 실측 도면까지 실려 있다.

화염병부터 자동 지뢰, 수제 폭약까지 지뢰전을 상세히 다루며 "적색파(공화파)가 사용한 폭파 장치"에 대한 귀중한 정보도 제공한다.

저자는 준비 중인 전문서 『화학전과 방호』, 『폭발물』, 『야전 요새술』과 더불어, 이 시기 연구자에게 단연 귀중했을 『나의 공병중대(국민 봉기.―행적과 업적.―전훈)』 출간을 예고한다. 바르비스 중대의 독특한 '명예 십계명' 사본과 후학의 메모를 위한 백지도 남겼다.

벨치테의 보이지 않는 평면: 80년간 숨겨진 스페인 내전 방어 체계의 비밀
교범에 수록된 진지 및 지뢰 설치 도면

책 말미에는 45×51cm 크기의 접이식 군용 지도가 들어 있다. 책에서 기술한 모든 내용이 이 한 장에 집약돼 있다. 이 지도가 내가 '보이지 않는 평면(Invisible Plane)'이라 명명한 것이다. 이 지도의 '불가시성'은 단순히 지도면을 현실의 방위와 정반대인 180도 회전시켜 접어 넣은 데서 기인한다. 저자의 작은 속임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통찰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대중은 대개 제 눈 앞에 놓인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조차 반복하게 되지만, 80년간 아무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왜일까? 그 신화적 벨치테 전투를 논하는 수많은 이가 실은 충분히 깊이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석

1 푸에요(Pueyo) 성소 남쪽, 벨치테에서 약 3km 떨어진 산악 지대.

2 벨치테 방어 체계를 부분적으로 인용한 기존 저작들을 일일이 참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3 이 책은 벨치테에 구축된 방어 체계 전체를 전문적으로 상세히 다루나, 해당 지명은 결코 거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