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과 원자폭탄, 그리고 시인의 눈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파괴적인 사건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전에 벌어진 어떤 전쟁과 비교해 보더라도 사망자의 규모와 사용된 무기의 파괴력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비극을 통계나 공식 기록보다 더 예민하게 붙잡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시인·작가·극작가들이다.
브라질의 위대한 시인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Vinicius de Moraes)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시 「히로시마의 장미(A Rosa de Hiroshima)」를 통해 일본 도시에 투하된 원자폭탄이라는 주제를 특별한 감수성으로 형상화했다.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1913~1980), 시를 쓰다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는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 열도에 두 개의 핵폭탄 가운데 첫 번째를 떨어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시를 구상했다. 비참한 사건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시인은 대량살상무기가 민간인에게 가져온 끔찍한 충격을 시로 기록하고자 했다. 폭탄이 떨어진 두 일본 도시, 즉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가운데 이 시는 제목이 시사하듯 전자인 히로시마를 다룬다.
이 시는 이후 세르지우 리카르두(Sérgio Ricardo)가 곡을 입히면서 노래로도 널리 불리며, 브라질을 넘어 세계에 반핵 메시지를 전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 전문
아이들을 생각하라
텔레파시 같은 새싹들을
소녀들을 생각하라
정확하지 못하게 눈이 먼 아이들을
여인들을 생각하라
바뀌어 버린 길들을
상처들을 생각하라
따뜻한 장미처럼 피어난 상처들을
그러나 아아, 잊지 말라
장미에서 장미로
히로시마의 장미
유전되는 장미
방사성 장미
어리석고 불구가 된
간경변에 걸린 장미
원자적 반(反)장미
빛깔도 없고 향기도 없는
장미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
'장미' 은유의 이중적 의미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는 정교한 은유를 통해 이 사건을 "불멸화"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장미'라는 단어다. 장미는 본래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긍정적 이미지지만, 이 시에서는 정반대의 부정적 의미로 완전히 뒤집힌다.
첫째, 폭탄이 폭발한 뒤 치솟은 방사성 연기 구름이 마치 '꽃'처럼 피어올랐다는 점이다. 둘째, 방사선이 남긴 상처 자체가 장미처럼 몸에 피어났다는 점이다. "상처들을 생각하라 / 따뜻한 장미처럼"이라는 구절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
잊지 말라는 호소, 기억의 윤리
시 전체에는 기억에 대한 강렬한 호소가 흐른다. "그러나 아아, 잊지 말라 / 장미, 장미"라는 구절은 이 시를 읽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 이 시를 읽게 될 사람들의 역사적 의식을 깨우겠다는 시인의 의지다. 이 호소에 이어 "방사성 장미 / 어리석고 불구가 된 / 간경변에 걸린 장미 / 원자적 반(反)장미" 등 '장미'를 변형한 은유들이 이어지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성의 꿈이 낳은 괴물
이 시는 나아가 과학(그리고 기술)의 사용에 관한 인류 이성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원자폭탄 문제가 곧 과학기술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의 유명한 말이 이 성찰에 잘 어울린다.
"꿈꾸는 이성은 괴물을 낳는다."
진보와 편안함을 안겨 준 과학기술의 발전은 동시에 현대전과 대량살상무기 같은 '괴물'도 함께 낳았다.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는 시인의 감수성으로 이 모순을 정확히 포착해 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글: 역사학 석사 클라우디우 페르난데스(Claudio Fernan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