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사에는 예상치 못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의 주인공은 총을 쏘지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군 제22수송중대에 정식으로 입대해 계급까지 받았던 곰, 바로 '보이텍(Wojtek)'입니다.
양면 침공과 폴란드 제2군단의 재건
1939년 폴란드는 동쪽에서는 소련, 서쪽에서는 독일의 양면 공격을 받아 무너졌습니다. 두 강대국을 상대로 폴란드군이 크게 반항하기는 어려웠고, 수많은 병사들이 포로가 되어 소련의 굴라그로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국제 정세가 급반전되었고, 스탈린은 폴란드 포로들을 석방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연합군과 함께 싸울 폴란드 제2군단(1943)입니다.

▲ 어린 시절의 보이텍
이란 산길에서 만난 새끼곰
제2군단은 영국 제8군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으로 파병되었습니다. 제22수송중대가 이란 산악지대를 행군하던 중, 한 소년이 작은 새끼곰 한 마리를 먹이처럼 내밀었습니다. 아이를 불쌍히 여겼는지, 아니면 새끼곰의 귀여움에 마음을 빼앗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대는 이 곰을 맡아 기르기로 했습니다. 병사들은 그에게 '보이텍'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보이텍은 이내 중대의 단골멤버가 되었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무거운 짐을 나르고, 상사에게 경례까지 하는가 하면, 병사들과 벌이던 레슬링에서는 거의 지는 법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 병사들과 씨름하는 보이텍
"애완동물은 안 됩니다" — 그래서 입대시켰다
제2군단이 이탈리아 전역에 참전하기 위해 유럽으로 이동하던 때,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힙니다. 영국 당국이 애완동물의 탑승을 허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에 제22수송중대는 기발한 해결책을 냅니다. 보이텍을 포병 보조 인원으로 정식 등록하고 직급까지 부여한 것입니다. 이렇게 보이텍은 명실상부한 '곰 병사'가 되었습니다.
몬테 카시노 전투의 영웅
보이텍의 가장 유명한 활약은 몬테 카시노 전투(1944)에서 나왔습니다. 연합군이 이 요충지를 점령하려는 여러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하자, 제22수송중대를 포함한 가용 병력 전체가 투입되었습니다. 대규모 포격이 시작되자 보이텍은 거의 50kg에 달하는 포탄을 멈추지 않고 나르며 수시간을 버텼습니다. 병사들은 그의 모습에서 큰 용기를 얻었고, 이것이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 보이텍의 부대 휘장
전후의 삶,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보이텍의 명성은 이미 국경을 넘어 유럽 전역에 퍼져 있었습니다. 폴란드가 여전히 소련의 영향권에 놓여 있자, 보이텍을 포함한 제2군단 일부는 스코틀랜드 버릭셔로 이주했고, 수많은 구경꾼과 언론인이 그를 찾았습니다. 전역 후 그는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지냈으며, 1963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물원을 방문한 일부 참전용사들은 그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한 대를 달라고 청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옛 전우를 다시 만난 듯한 감회였겠죠.

▲ 에든버러 동물원 시절의 보이텍
참고 자료: BBC, Badass of the Week, Mail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