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담배 60만 개비와 거래된 포로, 북아프리카 전선의 기사도

전쟁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하면 흔히 목숨을 바친 영웅, 빼어난 전략가, 혹은 비열한 악당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기사도 정신' 덕분에 회자되는 인물들입니다. 그중 한 명인 한스 폰 룩(Hans von Luck) 대령은 “우리는 무자비하지만 품위 있는 전쟁을 치렀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한스 폰 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기갑부대(Panzerwaffe)의 대령이었습니다. 유럽 전선에서의 전투를 마친 뒤 아프리카 군단(Afrika Korps)으로 파견되었고, 그곳에서 깊은 우정을 쌓은 롬멜은 그에게 제3기갑정찰대대의 지휘권을 넘겼습니다. 리비아 갈라자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된 후에는 아프리카 군단의 남부 측면 방어를 맡아, 영국군의 기동 정찰 특수부대인 장거리 사막 정찰대(LRDG)와 맞서게 되었습니다.

담배 60만 개비와 거래된 포로, 북아프리카 전선의 기사도

한스 폰 룩

흥미롭게도 LRDG를 지휘하던 상대 지휘관 역시 신사였고, '문명화된 전쟁'을 지지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양측은 오후 5시가 되면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포로들의 편지를 전달하는 합의까지 이루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독일군이 합의 시간이 지난 뒤 영국군 보급 트럭을 나포했을 때, 폰 룩은 영국군이 자기 트럭을 되찾도록 '나포 작전'을 세워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백미였습니다. 독일군은 적이 연대 전체의 한 달 치 수요를 충족할 만큼 담배를 보급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에서 담배는 귀한 사치품이었기에, 독일군은 나포한 영국 장교 1명과 백만 개비의 담배를 맞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영국군은 제안을 저울질한 끝에 백만 개비는 너무 많다며 60만 개비로 깎아 제시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포로 장교는 하마터면 거래를 무산시킬 뻔했습니다. 자국 동료들의 제안이 너무 인색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해적에게 붙잡혔을 때 몸값으로 스물 탈란트밖에 요구하지 않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결국 교환은 성사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그 영국 장교가 영국 노팅엄의 담배 제조업체 '존 플레이어 앤 선즈(John Player & Sons)'의 후계자였다는 점입니다.

출처: WWIIinColor, El País, The Victors – Stephen E. Amb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