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굴에서 발견된 벽면 조각화의 한 예로, 말의 모습을 담고 있다 • JOSEP MARIA / SERVICE DE PRESSE
스페인 카탈로니아가 유럽에서 손꼽히는 구석기시대 장식 동굴 보유 지역의 반열에 올랐다. 에스플루가데프란콜리(L'Espluga de Francolí) 마을 인근에서 약 1만5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벽면 예술 작품 100여 점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선사시대 유물이다.
도심 한복판에 숨어 있던 거대 동굴망
발견 장소는 퐁마조르(Font Major) 동굴이다. 이 동굴은 1853년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동굴망의 규모는 세계 최장급으로 꼽힌다. 오늘날 드문 사례로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길이 3.5km가 넘는 지하 통로와 접근성 좋은 회랑들로 이루어져 있다. 1992년에야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고, 이후 박물관 견학 코스로 탈바꿈했다.
'카탈로니아에는 구석기 미술이 없었다'
카탈로니아 인류 고생태·사회진화 연구소(IPHES)의 선사학자팀은 고고학 발굴 조사 과정에서 접근이 까다로운 동굴의 미답파 구역을 탐사하다가 뜻밖에 벽면에 새겨진 조각들을 발견했다. 고고학자 조셉 마리아 베르제스(Josep Maria Vergès)는 "그동안 카탈로니아에서는 구석기 시대 미술이 발견된 사례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총 100여 개의 말, 사슴, 소과 동물 형상과 함께 추상적 기호들이 암반을 덮고 있는 실트(미세 퇴적물)층에 조각되어 있다. 문제는 이 실트층이 극도로 연약하고 잘 부서져 단순한 마찰만으로도 조각이 지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진은 조각들의 3차원 정밀 측량 작업을 마칠 때까지 수주간 발견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확보된 3D 데이터를 활용하면 동굴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일반 대중에게도 작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된다.
알타미라에 버금가는 가치
이번 조각화들은 암벽 예술이 크게 번성했던 마들렌기(Magdalenian)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더 오래된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스페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동굴은 여전히 알타미라(Altamira) 동굴이다. 기원전 1만5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벽화들을 간직한 알타미라는 선사시대 최고봉의 회화 유산으로 평가받으며, 프랑스의 라스코(Lascaux) 동굴에 필적하는 곳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