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열어준 공장의 문, 여성 노동자의 시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다른 참전국들과 마찬가지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 남성들이 떠나간 빈자리가 속속 나타났다. 전쟁터로 나간 남성들이 남겨둔 일자리였다. 그동안 오직 남성만이 담당해왔던 건설 현장, 조선소, 제철소, 무기 공장 등의 일자리를 여성들이 대신 채웠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남성 전용으로 여겨지던 직종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나아가 경제적·사회적 독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여성의 이러한 새로운 역할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을 탄생시켰는데, 바로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라는 슬로건과 함께 유명해진 로지 더 리베터(Rosie the Riveter)다.

여성 노동자를 위한 특별 보호구, SAF-T-BRA
노동부 산하 여성국(Women's Bureau)은 '임금 노동 여성의 복지 증진, 근로 조건 개선, 업무 효율 향상, 유익한 고용 기회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중에는 남녀 간 신체 구조의 차이를 반영해 작업복을 새롭게 개량하는 결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윌슨 고글스(Willson Goggles)가 설계한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의 브래지어 SAF-T-BRA다. 기계와 무거운 부재 사이에서 작업하는 여성 노동자의 가슴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 장비였다.

베로니카 레이크의 헤어스타일이 문제가 된 이유
1940년대에는 배우 베로니카 레이크(Veronica Lake)가 유행시킨 '피카부(peek-a-boo)' 헤어스타일이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쪽 눈을 덮을 만큼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매혹적인 스타일이었다.

베로니카 레이크
문제는 이 헤어스타일이 공장과 같은 작업 환경에서는 매우 비실용적이었다는 점이다. 시야가 부분적으로 가려지거나, 늘어진 머리카락이 회전하는 기계에 말려드는 등 실제로 산업 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할리우드 제작사들에 베로니카 레이크에게 헤어스타일을 바꾸도록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배우가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후 그녀의 영화 경력은 급격히 하락세를 겪었다고 전해진다.
전쟁의 숨은 주역, 여성 군인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여성들이 후방 노동뿐 아니라 전쟁 자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종전 시점까지 15만 명이 넘는 여성이 여성군단(Women's Army Corps, WAC)에서 복무했으며, 이들은 간호사가 아닌 정식 군인 신분으로 미군에 복무한 최초의 여성들이었다. 전쟁은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여성의 사회 진출과 권리 확대를 앞당긴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다.